天地
6.
堯觀乎華(요관호화) : 요임금이 화땅에 놀러 갔었는데,
華封人曰(화봉인왈) : 화땅의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했다.
嘻聖人(희성인) : “하, 성인께서
請祝聖人(청축성인) : 오래 오래 사시기를 빕니다.”
使聖人壽(사성인수) :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사양하겠습니다.”
使聖人富(사성인부) :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하기를,“성인께서 부자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사양하겠습니다.”
使聖人多男子(사성인다남자) : 경계지기가 다시 말하기를,“성인께서 많은 아들을 낳게 하여
주십시오.”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 “사양하겠습니다.”
封人曰壽富多男子(봉인왈수부다남자) : 그러자 경계지기가 말하기를, “오래 살고, 부자가 되고,
많은 아들을 낳는 것은
人之所欲也(인지소욕야) :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입니다.
女獨不欲(여독불욕) : 당신 홀로 그것을 원하지 않으시니
何邪(하사) : 어찌 된 일입니까?”
堯曰多男子則多懼(요왈다남자칙다구) :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富則多事(부칙다사) : 부자가 되면 일이 많아지고,
壽則多辱(수칙다욕) :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아집니다.
是三者(시삼자) : 이 세 가지 것들은
非所以養德也(비소이양덕야) : 덕을 기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어서
故辭(고사) : 그러므로 사양하는 것입니다.”
封人曰始也我以女爲聖人邪(봉인왈시야아이여위성인사) : 경계지기가 말하기를, “처음에 나는 당신을 성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今然君子也(금연군자야) : 그러나 지금 보니 군자 정도에 지나지 않는군요.
天生萬民(천생만민) : 하늘은 모든 사람을 낳고
必授之職(필수지직) : 그들에게 합당한 직분을 줍니다.
多男子而授之職(다남자이수지직) : 아들이 많다 해도 그들에게 직분이 주어지는데
則何懼之有(칙하구지유) :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富而使人分之(부이사인분지) : 부자가 된다 해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면
則何事之有(칙하사지유) : 무슨 근심이 되겠습니까
夫聖人(부성인) : 성인이란
鶉居而鷇食(순거이구식) : 메추리처럼 일정한 거처도 없고, 병아리처럼 적게 먹으면서도
鳥行而無彰(조행이무창) : 새처럼 날아다니며 행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天下有道(천하유도) : 천하에 올바른 도가 행하여지면
則與物皆昌(칙여물개창) : 모두가 번창하지만
天下無道(천하무도) : 천하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을 때에는
則修德就閒(칙수덕취한) : 덕이나 닦으면서 한가히 지냅니다.
千歲厭世(천세염세) : 천년이나 세상을 피해 살다가
去而上倦(거이상권) : 세상을 떠나 신선 세상으로 올라갑니다.
乘彼白雲(승피백운) : 하늘의 흰 구름을 타고서
至於帝鄕(지어제향) : 하느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요.
三患莫至(삼환막지) : 앞의 세 가지가 환란이 닥쳐올 수가 없으며
身常無殃(신상무앙) : 몸에는 언제나 재앙이 없습니다.
則何辱之有(칙하욕지유) : 그런데 무슨 욕된 일이 있겠습니까?”
封人去之(봉인거지) : 그렇게 말하고 경계지기가 떠나가자,
堯隨之請問(요수지청문) : 요임금이 뒤따라가면서 청하기를,“가르침을 주십시오.”
封人曰退已(봉인왈퇴이) : 국경지기가 말하기를, “물러가시오”
7.
堯治天下(요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리게 되자
伯成子高立爲諸侯(백성자고립위제후) : 백성자고를 제후로 삼았다.
堯授舜(요수순) : 그 후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천자자리를 물려주고,
舜授禹(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자 자리를 물려주자,
伯成子高辭爲諸侯而耕(백성자고사위제후이경) : 백성자고는 제후자리에서 물러나 농사를 지었다.
禹往見之(우왕견지) : 우임금이 그를 찾아가니
則耕在野(칙경재야) : 그는 들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禹趨就下風(우추취하풍) : 우임금은 아래 바람쪽으로
立而問焉(립이문언) : 서서 물었다.
曰昔堯治天下(왈석요치천하) : 옛날 요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에는
吾子立爲諸侯(오자립위제후) : 선생님께서 제후로 계셨습니다.
堯授舜(요수순) : “요임금께서 순임금께 천자자리를 물려주셨고,
舜授予(순수여) : 순임금께서는 저에게 천자자리를 물려주자
而吾子辭爲諸侯而耕(이오자사위제후이경) : 선생님께서는 제후자리를 물러나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敢問(감문) : 감히 묻건데
其故何也(기고하야) :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子高曰昔堯治天下(자고왈석요치천하) : 백성자고가 말하기를, “옛날 요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에는
不賞而民勸(불상이민권) : 상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일에 힘썼고,
不罰而民畏(불벌이민외) : 벌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려워했었습니다.
今子賞罰而民且不仁(금자상벌이민차불인) : 지금 당신은 상을 내리고 벌을 내리는데도
백성들은 어질지 않습니다.
德自此衰(덕자차쇠) : 덕은 이로부터 쇠하고,
刑自此立(형자차립) : 형벌은 이로부터 확립되어 있습니다.
後世之亂自此始矣(후세지란자차시의) : 후세의 혼란은 이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夫子闔行邪(부자합행사) : 당신은 어찌해서 물러나지 않으십니까?
無落吾事(무락오사) : 내 일이나 방해하지 마십시오.”
俋俋乎耕而不顧(읍읍호경이불고) : 그리고는 한가한 모습으로 밭을 갈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8.
泰初有無無有無名(태초유무무유무명) : 태초에는 무(無)만이 있었고 유(有)도 없었고 명칭(名)도
없었다.
一之所起(일지소기) : 하나(一)가 여기에서 생겨났는데,
有一而未形(유일이미형) : 하나만 있고 형체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物得以生(물득이생) : 물건은 하나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
謂之德(위지덕) : 그 작용을 덕이라 한다.
未形者有分(미형자유분) : 아직 형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하나로부터 나뉘어져 가는 것이
且然無間(차연무간) : 잠시도 끊이지 않았는데,
謂之命(위지명) : 이것을 명(命)이라 한다.
留動而生物(류동이생물) : 하나가 유동함으로써 물건을 생성시키며,
物成生理(물성생리) : 물건이 생성되어 생리가 갖추어지면
謂之形(위지형) : 그것을 형체라 한다.
形體保神(형체보신) : 형체는 정신을 보존하게 되며
各有儀則(각유의칙) : 제각기 원칙을 지니게 되는데
謂之性(위지성) : 그것을 본성이라고 한다.
性修反德(성수반덕) : 본성이 닦아지면 덕으로 되돌아간다.
德至同於初(덕지동어초) : 덕이 이르면 처음과 같아진다
同乃虛(동내허) : 같아진다는 것은 텅 비어진다는 뜻이며,
虛乃大(허내대) : 텅 빈다는 것은 곧 커진다는 뜻이다.
合喙鳴(합훼명) : 새가 주둥이로 우는 상태와 합치되는데,
喙鳴合(훼명합) : 새가 주둥이로 우는 상태와 합치된다는 것은
與天地爲合(여천지위합) : 하늘과 땅의 자연에 합치된다는 뜻이다.
其合緡緡(기합민민) : 그 합치되는 상태는 딱 들어맞지 않아서
若愚若昏(약우약혼) : 어리석은 듯도 하고 흐리멍덩한 듯도 하다.
是謂玄德(시위현덕) : 이것을 현묘한 덕이라 말하는 것이며,
同乎大順(동호대순) : 크게 순조로운 상태와 같은 것이다
9.
夫子問於老聃曰(부자문어노담왈) : 공자가 노자에게 물었다.
有人治道若相放(유인치도약상방) : “어떤 사람이 도를 다스려 만약 그 도를 본뜬다면
可不可(가불가) :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하고
然不然(연불연)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하게 될 것입니다.
辯者有言曰(변자유언왈) :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離堅白若縣宇(리견백약현우) : 한 개의 돌에서 굳다는 개념과 희다는 개념을 분리시켜 놓으면
허공에 달아매어 놓은 것처럼
若是則可謂聖人乎(약시칙가위성인호) : 이렇게 분명하다고 했다면 이런 사람들을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是胥易技係(시서역기계) : “그것은 지혜로 일을 처리하고 기교에 얽매여서
勞形怵心者也(노형출심자야) : 몸을 고생시키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執狸之狗成思(집리지구성사) : 짐승을 잘 잡는 개는 마음을 쓰게 되고,
猿狙之便自山林來(원저지편자산림래) : 날렵한 원숭이는 산과 숲 속에서 잡혀 끌려오게 됩니다
丘予告若(구여고약) : 저는 알려 주겠습니다.
而所不能聞與而所不能言(이소불능문여이소불능언) : 당신에게 당신이 들어보지도 말해보지도
못했던 일을 말입니다
凡有首有趾無心無耳者衆(범유수유지무심무이자중) : 대체로 머리도 있고 발도 있지만,
마음도 없고 귀도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有形者與無形無狀而皆存者盡無(유형자여무형무상이개존자진무) :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는 것들과 같이 있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其動止也(기동지야) : 그리고 그것들이 움직이고 멈추는 것과
其死生也(기사생야) : 죽고 사는 것과
其廢起也(기폐기야) : 망하고 흥하는 것은
此又非其所以也(차우비기소이야) : 또한 그들이 말하는 것 같은 근거에 의해 되는 것은 아닙니다.
有治在人(유치재인) : 다스린다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忘乎物(망호물) : 물건을 잊고
忘乎天(망호천) : 하늘을 잊으면
其名爲忘己(기명위망기) : 그것을 자기를 잊었다고 부릅니다.
忘己之人(망기지인) : 자기를 잊은 사람을
是之謂入於天(시지위입어천) : 하늘로 들어간 사람이라 하는 것다
10.
蔣閭葂見季徹曰(장려면견계철왈) : 장려면이 계철을 만나 말했다.
魯君謂葂也曰(노군위면야왈) :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請受敎(청수교) : 가르침을 청해 .
辭不獲命(사불획명) : 사양하였으나 허락되지 않아
旣已告矣(기이고의) : 말을 한 것이 있습니다
未知中否(미지중부) : 그러나 옳은 말이었는지 그른 말이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請嘗薦之(청상천지) : 제가 한 말을 말씀드릴 테니 한 번 들어주십시오.
吾謂魯君曰(오위로군왈) : 제가 노나라 임금에게 말하기를
必服恭儉(필복공검) : ‘반드시 공손함과 검소함을 실행하고
拔出公忠之屬而無阿私(발출공충지속이무아사) : 공손하고 충실한 사람들을 뽑아 쓰되,
사사로움에 기우는 일이 없다면
民孰敢不輯(민숙감부집) : 백성들이 어찌 화합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季徹局局然笑曰(계철국국연소왈) : 계철이 웃으면서 말했다.
若夫子之言(약부자지언) : “만약 선생의 말을
於帝王之德(어제왕지덕) : 제왕의 덕에다 비추어 본다면
猶螳螂之怒臂而當車轍(유당랑지노비이당차철) : 마치 사마귀가 앞다리를 벌리고
수레바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則必不勝任矣(칙필불승임의) : 당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且若是(차약시) : 그렇게 하면
則其自爲處危(칙기자위처위) : 그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其觀壹多物(기관일다물) : 그는 높은 누대는 가지게 될 것이지만 일이 많아질 것이고,
將往投迹者衆(장왕투적자중) : 그에게 몰려드는 사람만 많아질 것입니다.”
蔣閭葂覰覰然驚曰(장려면처처연경왈) : 장려면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葂也汒若於夫子之所言矣(면야망약어부자지소언의) :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정신이 없어졌습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願先生之言其風也(원선생지언기풍야) : 간단하게나마 가르침을 주십시오.”
季徹曰(계철왈) : 계철이 말했다.
大聖之治天下也(대성지치천하야) : “위대한 성인은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
搖蕩民心(요탕민심) : 백성들의 마음을 풀어주어
使之成敎易俗(사지성교역속) : 그들로 하여금 가르침에 따라서 풍속을 훌륭하게 만들도록 합니다.
擧滅其賊心而皆進其獨志(거멸기적심이개진기독지) : 백성들의 악한 마음을 완전히 없애 모두가 도를 얻으려는 뜻을 밀고 나가도록 합니다.
若性之自爲(약성지자위) : 사람의 본성이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과 같아서
而民不知其所由然(이민부지기소유연) : 백성들은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합니다.
若然者(약연자) : 이와 같은 정치를
豈兄堯舜之敎民(기형요순지교민) : 어찌 요임금이나 순임금이 백성들을 가르치던 경지에 견주겠으며,
溟涬然弟之哉(명행연제지재) : 아무 생각 없이 모두가 같은 정치라고 하겠습니까?
欲同乎德而心居矣(욕동호덕이심거의) : 모든 사람이 같은 덕을 지니고 마음이 편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11.
子貢南遊於楚(자공남유어초) :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를 여행하고
反於晉(반어진) : 진나라로 돌아오다가,
過漢陰見一丈人方將爲圃畦(과한음견일장인방장위포휴) : 한수 남쪽을 지나는 길에 한 노인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鑿隧而入井(착수이입정) : 그는 땅을 파고 우물로 들어가
抱擁而出灌(포옹이출관) : 항아리에 물을 퍼 들고 나와서 물을 주고 있었다.
滑滑淵用力甚多而見功寡(활활연용력심다이견공과) : 힘은 무척 많이 들이고 있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을 걸었다.
有械於此(유계어차) : 기계가 있다면
一日浸百畦(일일침백휴) :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用力甚寡而見功多(용력심과이견공다) :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인데
夫子不欲乎(부자불욕호) : 선생은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爲圃者仰而視之曰(위포자앙이시지왈) : 노인이 머리를 들어 자공을 보며 말했다.
奈何(내하) :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曰鑿木爲機(왈착목위기) : 자공이 말하기를,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後重前輕(후중전경) :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挈水若抽(설수약추) :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數如泆湯(수여일탕) :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은데
其名爲橰(기명위고) : 그 이름을 고라고 합니다”
爲圃者忿然作色而笑曰(위포자분연작색이소왈) : 밭을 돌보던 노인은 성난 듯 얼굴빛이
바뀌었으나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
吾聞之吾師(오문지오사) :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有機械者心有機事(유기계자심유기사) :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게 되고,
有機事者必有機心(유기사자필유기심) :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機心存於胸中(기심존어흉중) :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슴에 차 있으면
則純白不備(칙순백불비) :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純白不備(순백불비) :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則神生不定(칙신생부정) :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神生不定者(신생부정자) :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道之所不載也(도지소부재야) :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吾非不知(오비부지) :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羞而不爲也(수이불위야) :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子貢瞞然慙(자공만연참) :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俯而不對(부이부대) : 몸을 굽힌 채 말대꾸도 못했다.
有閒(유한) : 잠시 후
爲圃者曰(위포자왈) : 밭을 돌보던 노인이 말했다.
子奚爲者邪(자해위자사) : “선생께서는 무엇을 하는 분입니까?”
曰孔丘之徒也(왈공구지도야) : 자공이 대답하기를, “공자의 제자입니다.”
爲圃者曰(위포자왈) : 밭을 돌보던 노인 말했다.
子非夫博學以擬聖(자비부박학이의성) : “당신의 선생은 많이 배움으로써 성인의 흉내를 내고,
於于以蓋衆(어우이개중) : 허망한 말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獨弦哀歌以賣名聲於天下者乎(독현애가이매명성어천하자호) : 홀로 악기를 연주하며
슬픈 노래를 함으로써 천하에 명성을 팔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汝方將妄汝神氣(여방장망여신기) : 당신도 당신의 정신과 기운을 잊고
墮汝形骸(타여형해) : 당신의 육체를 버린다면
而庶幾乎(이서기호) : 거의 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汝身不能治(여신불능치) : 당신의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而何暇治天下乎(이하가치천하호) : 어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고 있는 것입니까?
子往矣(자왕의) : 그만 가시오.
無乏吾事(무핍오사) : 내가 하는 일이나 방해하지 마시오.”
子貢卑陬失色(자공비추실색) :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빛이 하얗게 되고
頊頊然不自得(욱욱연부자득) : 넋을 잃고 스스로 얻지 못했다
行三十里而後愈(행삼십리이후유) : 그렇게 30리를 가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其弟子曰(기제자왈) : 그의 제자가 물었다.
向之人何爲者邪(향지인하위자사) : 조금 전의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夫子何故見之變容失色(부자하고견지변용실색) : 선생님께서는 그 분을 만나고 나서 무엇 때문에
얼굴빛을 잃고
終日不自反邪(종일부자반사) : 종일 정신이 없으십니까?”
曰始吾以夫子爲天下一人耳(왈시오이부자위천하일인이) : 자공이 대답하기를,
“나는 천하에 훌륭한 분은 우리 선생님 한 분 뿐이라 생각했다.
不知復有夫人也(부지복유부인야) : 그런 사람이 있는 줄은 알지도 못했었다.
吾聞之夫子(오문지부자) : 내가 배운 선생님의 가르침은
事求可(사구가) : 일이란 가능한 것을 추구하고,
功求成(공구성) : 결과는 완성을 추구하며,
用力少(용력소) : 힘은 적게 들이고
見功多者(견공다자) : 드러나는 공로가 많은 것이
聖人之道(성인지도) : 성인의 도라 배웠다.
今徒不然(금도불연) : 지금 보니 그렇지가 않구나.
執道者德全(집도자덕전) : 도를 지키는 사람은 덕이 완전해야 되며,
德全者形全(덕전자형전) : 덕이 완전한 사람은 몸이 완전해야 되고,
形全者神全(형전자신전) : 몸이 완전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해야 된다.
神全者(신전자) : 정신이 완전한 것이
聖人之道也(성인지도야) : 성인의 도이다.
託生與民竝行而不知其所之(탁생여민병행이부지기소지) : 삶을 타고나서 백성들과 나란히
행동하면서도 갈 곳도 알지 못하고
汒乎淳備哉(망호순비재) : 망연하면서도 순일하고 완전해야 한다.
功利機巧必忘夫人之心(공리기교필망부인지심) : 공로와 이익과 기교 같은 것은 반드시
사람의 마음에서 잊혀져야만 한다.
若夫人者(약부인자) : 그런 사람은
非其志不之(비기지부지) : 그의 뜻이 아니면 가지 않고,
非其心不爲(비기심불위) : 그의 마음이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
雖以天下譽之(수이천하예지) : 비록 온 천하가 그를 칭찬하고
得其所謂(득기소위) : 그의 말대로 된다고 해도
謷然不顧(오연불고) : 고집스럽게 돌아보지도 않는다.
以天下非之(이천하비지) : 온 천하가 그를 비난하고
失其所謂(실기소위) : 그의 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儻然不受(당연불수) : 그는 마음을 비운 채 받아들이지 않는다.
天下之非譽(천하지비예) : 세상의 칭찬과 비난도
無益損焉(무익손언) : 그를 손상시키거나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是謂全德之人哉(시위전덕지인재) : 이런 사람을 덕이 완전한 사람이라 하는 것일 것이다.
我之謂風波之民(아지위풍파지민) : 나 같은 자는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같은 사람이다.”
反於魯(반어로) : 자공이 노나라로 돌아와
以告孔子(이고공자) : 공자에게 그 얘기를 하니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彼假修混沌氏之術者也(피가수혼돈씨지술자야) : “그는 혼돈씨의 술법을 배워 닦은 사람이다.
識其一(식기일) : 절대적인 도 하나만을 알지
不知其二(부지기이) : 상대적인 둘은 알지 못한다.
治其內(치기내) : 그의 속만을 다스리지
而不治其外(이불치기외) : 그의 밖은 다스리지 않는다.
夫明白太素(부명백태소) : 그는 마음을 밝게 하여 소박함으로 들어갔고,
無爲復朴(무위복박) : 무위함으로써 질박함으로 되돌아갔으며,
體性拘神(체성구신) : 본성을 체득하고 순수한 정신을 지니고서
以遊世俗之間者(이유세속지간자) : 속세에 노닐고 있는 사람이다.
汝將固驚邪(여장고경사) : 너는 무엇을 그리 놀라고 있느냐?
且混沌氏之術(차혼돈씨지술) : 혼돈씨의 술법을
予與汝何足以識之哉(여여여하족이식지재) : 너와 내가 어찌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