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水
1.
秋水時至(추수시지) : 가을이 되면
百川灌河(백천관하) :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
涇流之大(경류지대) : 그 본 줄기는 커서
兩涘渚崖之間不辯牛馬(량사저애지간불변우마) : 양편 물가의 거리가 상대편에 있는 소나 말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다.
於是焉河伯欣然自喜(어시언하백흔연자희) : 그래서 황하의 신은 기뻐하며
以天下之美爲盡在己(이천하지미위진재기) : 천하의 모든 아름다움이 자신에게 갖추어졌다고
생각하고,
順流而東行(순류이동행) :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가
至於北海(지어북해) : 북해에 도착했다.
東面而視(동면이시) : 그 곳에 이르러 동쪽을 바라보았으나
不見水端(불견수단) :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어시언하백시선기면목) : 황하의 신은 비로소 그의 얼굴을 돌려
望洋向若而歎曰(망양향약이탄왈) : 북해의 신을 우러러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野語有之曰(야어유지왈) : “속담에 이르기를
聞道百以爲莫己若者(문도백이위막기약자) : 백가지 도리를 알고는 자기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고 하였는데,
我之謂也(아지위야) :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且夫我嘗聞少仲尼之聞(차부아상문소중니지문) : 저는 일찍이 공자의 넓은 지식을 낮게 평가하고
而輕伯夷之義者(이경백이지의자) : 백이 같은 절의를 가볍게 여기는 이론을 듣고도
始吾弗信(시오불신) : 지금까지는 믿지 않고 있었습니다.
今我睹者之難窮也(금아도자지난궁야) : 지금에 와서 선생님의 끝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런 것 같이 느껴집니다.
吾非至於子之門(오비지어자지문) : 제가 선생님의 문하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則殆矣(칙태의) :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吾長見笑於大方之家(오장견소어대방지가) : 저는 오랫동안 위대한 도를 터득한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았을 것입니다.”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井䵷不可以語於海者(정와불가이어어해자) :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拘於虛也(구어허야) :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하충불가이어어빙자) : 여름 벌레에게 어름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篤於時也(독어시야) : 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曲士不可以語於道者(곡사불가이어어도자) : 비뚤어진 선비에게 도에 관해 얘기를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束於敎也(속어교야) :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今爾出於崖涘(금이출어애사) : 지금 당신은 물가를 벗어나
觀於大海(관어대해) : 큰 바다를 보고서야
乃知爾醜(내지이추) : 당신의 추함을 알게 되었다.
爾將可與語大理矣(이장가여어대리의) : 그래서 당신에게 위대한 도리를 얘기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天下之水(천하지수) : 세상의 물 중에
莫大於海(막대어해) : 바다 보다 더 큰 것은 없다.
萬川歸之(만천귀지) :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며,
不知何時止而不盈(불지하시지이불영) : 잠시도 흘러듦을 멈추지 않는 데도 차서 넘치지 않는다.
眉閭泄之(미려설지) : 미려에서는 바닷물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 나가지만
不知何時已而不虛(불지하시이이불허) : 물이 어느 때에 말라서 비어버리는지 모른다.
春秋不變(춘추불변) : 봄이나 가을에도 변화가 없고,
水旱不知(수한부지) : 장마가 지나 가뭄도 모른다.
此其過江河之流(차기과강하지류) : 이 바다가 장강이나 황하의 흐름보다
不可爲量數(불가위량수) : 얼마나 방대한 것인가는 수량으로 계측할 수 없다.
而吾未嘗以此自多者(이오미상이차자다자) : 그러나 나는 이런 것으로 스스로 많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自以比形於天地(자이비형어천지) : 그것은 내 모양은 천지에서 받았고
而受氣於陰陽(이수기어음양) : 그 기운은 음양에서 받았기 때문에
吾在天地之間(오재천지지간) :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서
猶小石小木之在大山也(유소석소목지재대산야) : 작은 나무나 작은 돌이 마치 큰산에 있는 것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方存乎見少(방존호견소) : 이렇게 나의 존재를 작게 보고 있는데
又奚以自多(우해이자다) : 또 어찌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計四海之在天地之間也(계사해지재천지지간야) : 사방의 바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크기를
헤아려보면,
不似礨空之在大澤乎(불사뢰공지재대택호) : 소라 구멍이 큰 연못가에 나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計中國之在海內(계중국지재해내) : 한 나라가 세상에 차지하는 크기를 헤아려 보면
不似稊米之在大倉乎(불사제미지재대창호) : 큰 창고 속에 있는 곡식 알 하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號物之數謂之萬(호물지수위지만) : 물건의 종류에는 몇 만이라는 수가 붙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들이 그 중 하나의 수를 차지한다.
人卒九州(인졸구주) : 사람의 수에 있어서 구주에서 생각해보아도
穀食之所生(곡식지소생) : 세상의 곡식들이 생산되는 곳과
舟車之所通(주거지소통) :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에 널리 살고 있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이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此其比萬物也(차기비만물야) : 이런 사람을 만물과 비교해 본다면
不似豪末之在於馬體乎(불사호말지재어마체호) : 말의 몸에 있는 하나의 가는 털에 지나지 않는다.
五帝之所運(오제지소운) : 오제가 천자 자리를 서로 물려준 것이나,
三王之所爭(삼왕지소쟁) : 삼왕에 이르러 서로 다툰 것이나,
仁人之所憂(인인지소우) : 어진 사람이 근심하는 것이나,
任士之所勞(임사지소로) :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수고를 하는 것이나
盡此矣(진차의) : 모두가 이와 같이 작은 일이다.
伯夷辭之以爲名(백이사지이위명) : 백이는 왕위를 사양함으로써 명성을 얻었고,
仲尼語之以爲博(중니어지이위박) : 공자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얘기하여 박학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此其自多也(차기자다야) : 이들은 스스로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不似爾向之自多於水乎(불사이향지자다어수호) : 당신이 조금 전까지 스스로 물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여기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吾大天地而小毫末(연칙오대천지이소호말) : “하늘과 땅을 크다고 하고, 털끝은 작다고
可乎(가호) : 할 수도 있습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否夫物(부부물) : “아니다. 물건이란
量無窮(량무궁) : 양이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이다.
時無止(시무지) :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分無常(분무상) : 각자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며,
終始無故(종시무고)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없다.
是故大知觀於遠近(시고대지관어원근) : 그러므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똑같이 본다.
故小而不寡(고소이불과) : 그래서 작은 것이라 무시하지 않고,
大而不多(대이불다) : 큰 것이라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知量無窮(지량무궁) : 물건의 양이란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證曏今故(증향금고) : 또한 시간의 옛과 현재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故遙而不悶(고요이불민) : 그러므로 오래 산다 해도 교만하지 않고,
掇而不跂(철이불기) : 생명이 짧다 해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知時無止(지시무지) : 시간이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察乎盈虛(찰호영허) : 그는 모든 것은 달처럼 찼다 기울었다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故得而不喜(고득이불희) : 그러므로 물건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失而不憂(실이불우) : 물건을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知分之無常也(지분지무상야) : 사람의 분수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明乎坦塗(명호탄도) : 그는 도란 넓은 것임을 분명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
故生而不說(고생이불설) : 그러므로 산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死而不禍(사이불화) : 죽는다고 해서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知終始之不可故也(지종시지불가고야)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計人之所知(계인지소지) :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헤아려 보면,
不若其所不知(불약기소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비길 것이 못 된다.
其生之時(기생지시) : 또한 살아 있는 시간이란
不若未生之時(불약미생지시) : 살아 있지 못한 시간에 비길 것이 못 된다.
以其至小求窮其至大之域(이기지소구궁기지대지역) : 그런 지극히 작은 입장에서 지극히 큰 영역을
추궁하려 들기 때문에
是故迷亂而不能自得也(시고미란이불능자득야) : 미혹되고 혼란하여 스스로 안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본다면
又何以知毫末之足以定至細之倪(우하이지호말지족이정지세지예) : 털끝이 지극히 미세하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는가?
又何以知天地之足以窮至大之域(우하이지천지지족이궁지대지역) : 하늘과 땅이 지극히 큰
영역이라고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世之議者皆曰(세지의자개왈) : “세상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至精無形(지정무형) : ‘지극히 정세한 것에는 형체가 없고,
至大不可圍(지대불가위) : 지극히 큰 것은 포괄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是信情乎(시신정호) : 이것이 사실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夫自細視大者不盡(부자세시대자불진) :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면 그 전체를 다 볼 수가 없고,
自大視細者不明(자대시세자불명) :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보면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
故異便(고이편) : 그러므로 그기에는 잘보이고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此勢之有也(차세지유야) : 그것은 마땅이 그러함이 있을 것이다
夫情小之微也(부정소지미야) : 정세하다는 것은 작은 것 중에서도 미세하다는 뜻이다.
垺大之殷也(부대지은야) : 극대하다는 것은 큰 것 중에서도 아주 크다는 뜻이다.
夫精粗者(부정조자) : 정세하다느니 굵다느니 하는 것은
期於有形者也(기어유형자야) : 형체가 있어서 결정되는 것이다.
無形者(무형자) : 형체가 없는 것은
數之所不能分也(수지소불능분야) : 수량으로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不可圍者(불가위자) : 포괄할 수 없이 큰 것은
數之所不能窮也(수지소불능궁야) : 숫자로서 크기를 따져 밝힐 수 없는 것이다.
可以言論者(가이언론자) : 말로써 논할 수 있는 것이란
物之粗也(물지조야) : 물건으로서 큰 것이다.
可以意致者(가이의치자) : 뜻으로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物之精也(물지정야) : 물건으로서 정세한 것이다.
言之所不能論(언지소불능론) : 말로써 논할 수 없고,
意之所不能致者(의지소불능치자) : 뜻으로서 살펴 인지할 수 없는 것은
不期精粗焉(불기정조언) : 정세하고 크다는 것을 결정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是故大人之行(시고대인지행) : 그러므로 위대한 사람의 행동은
不出乎害人(불출호해인) :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서 나오고
不多仁恩(불다인은) : 어짊과 은혜를 많이 베풀려 하지도 않는다.
動不爲利(동불위리) : 행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없지만
不賤門隸(불천문예) : 문지기나 노예를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貨財弗爭(화재불쟁) : 재물을 위해 다투지 않지만
不多辭讓(부다사양) : 사양하는 것을 훌륭한 것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事焉不借人(사언불차인) : 일을 함에 있어 남의 힘을 빌리지도 않지만
不多食乎力(불다식호력) :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으며,
不賤貧汚(불천빈오) : 탐욕 많은 자나 비열한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行殊乎俗(행수호속) : 행동은 세속과 다르지만
不多僻異(불다벽이) : 치우치고 기이한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爲在從衆(위재종중) : 행동은 여러 사람을 따르지만
不賤佞諂(불천녕첨) :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世之爵祿不足以爲勸(세지작록불족이위권) : 세상의 벼슬이나 봉록으로도 그의 행동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고,
戮恥不足以爲辱(륙치부족이위욕) : 형벌이나 치욕으로도 그를 욕되게 하기는 부족하다.
知是非之不可爲分(지시비지불가위분) : 그는 옳고 그름은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細大之不可爲倪(세대지불가위예) : 작고 큰 것도 분별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聞曰(문왈) : 듣건대
道人不聞(도인불문)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至德不得(지덕부득)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며,
大人無己(대인무기) : 위대한 사람에게는 자기가 없다고 하였는데,
約分之至也(약분지지야) : 자기의 분수를 한정하고 지내는 지극한 경지인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若物之外(약물지외) : “물건의 외형이나
約物之內(약물지내) : 내면에 있어서
惡至而倪貴賤(악지이예귀천) : 무엇을 기준으로 귀하고 천한 구분이 생기며,
惡至而倪小大(악지이예소대) : 무엇을 기준으로 작고 큰 구분이 생기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物無貴賤(물무귀천) : 물건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以物觀之(이물관지) : 물건 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
自貴而相賤(자귀이상천) : 자신은 귀하고 남은 천한 것이다.
以俗觀之(이속관지) : 세속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貴賤不在己(귀천불재기) : 귀하고 천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이다.
以差觀之(이차관지) :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大而大之(인기소대이대지) : 어느 것에 비하여 크다는 입장에서 말하면
則萬物莫不大(칙만물막불대) : 만물 중에 크지 않은 것이 없게 되며,
因其所小而小之(인기소소이소지) : 어느 것에 비하여 작다는 입장에서 보면
則萬物莫不小(칙만물막불소) : 만물 중에 작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天地之爲稊米也(지천지지위제미야) : 하늘과 땅도 큰 것과 비교를 하면 작은 풀 씨 한 알 정도로
생각될 수 있고,
知毫末之爲丘山也(지호말지위구산야) : 털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면 큰 산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則差數覩矣(칙차수도의) : 그렇게 차이와 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以功觀之(이공관지) : 공용(功用)의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有而有之(인기소유이유지) : 그 공용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有(칙만물막불유) : 만물에는 쓸데 없는 것이란 없게 되며,
因其所無而無之(인기소무이무지) : 그 공용을 없다고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無(칙만물막불무) : 만물 중에 쓸데 있는 것이란 없게 된다.
知東西之相反而不可以相無(지동서지상반이불가이상무) : 동쪽과 서쪽은 서로 반대가 되면서도
서로 어느 한편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안다면,
則功分定矣(칙공분정의) : 곧 공용의 규정도 상대적인 것임을 알 것이다.
以趣觀之(이취관지) : 취향이란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然而然之(인기소연이연지) : 그것이 그러함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然(칙만물막불연) : 만물에는 옳지 않은 것이란 없게 된다.
因其所非而非之(인기소비이비지) : 그것이 그름을 비난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非(칙만물막불비) : 만물에는 그릇되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堯桀之自然而相非(지요걸지자연이상비) : 요임금이나 걸왕이 모두 스스로는 시인하면서도
남이 비난하였다는 것을 안다면
則趣操覩矣(칙취조도의) : 취향이란 것도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昔者堯舜讓而帝(석자요순양이제) : 옛날에 요와 순은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아 제업을 이루었고,
之괘噲讓而絶(지괘쾌양이절) : 연나라 임금 증은 재상의 아들 지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었으나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湯武爭而王(탕무쟁이왕) : 은나라 탕왕이나 주나라 무왕은 다툼을 통해 왕이 되었으나,
白工爭而滅(백공쟁이멸) : 초나라 백공은 다툼으로 멸망했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로 볼 때
爭讓之禮(쟁양지례) : 이처럼 다투고 사양하는 예절이나,
堯桀之行(요걸지행) : 요임금과 걸왕 같은 행동은
貴賤有時(귀천유시) : 때에 따라 귀하게도 되고 천하게도 되는 것이어서
未可以爲常也(미가이위상야) : 일정한 표준에 의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梁麗可以衝城(량려가이충성) : 들보나 기둥같이 큰 재목은 성벽을 무너뜨리는 데는 유용하지만
而不可以窒穴(이불가이질혈) : 작은 구멍을 막는 데는 소용이 없다.
言殊器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기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騏驥驊騮(기기화류) : 천리마는
一日而馳千里(일일이치천리) :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지만
捕鼠不如狸狌(포서불여리성) : 쥐를 잡는 데는 삵쾡이만 못하다.
言殊技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재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鴟鵂夜撮蚤(치휴야촬조) : 올빼미는 밤에도 벼룩을 잡고
察毫末(찰호말) : 터럭 끝도 볼 수 있지만
晝出瞋目而不見丘山(주출진목이불견구산) : 낮에 나와서는 눈을 뜨고도 큰산도 보지 못한다.
言殊性也(언수성야) : 말하자면 그것은 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蓋師是而無非(개사시이무비) : 어찌 옳다는 것을 존중하고 그르다는 것은 무시하며,
師治而無亂乎(사치이무란호) : 다스림은 존중하고 혼란은 무시하는가?
是未明天地之理(시미명천지지리) : 그것은 하늘과 땅의 이치와
萬物之情者也(만물지정자야) : 만물의 진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是猶師天而無地(시유사천이무지) : 그것은 마치 하늘은 존중하면서 땅은 무시하고,
師陰而無陽(사음이무양) : 음은 존중하면서 양은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其不可行明矣(기불가행명의) : 그것이 통용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然且語而不舍(연차어이불사) : 그런데도 그런 주장을 버리지 않고 내세우는 자들은
非愚則誣也(비우칙무야) :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帝王殊禪(제왕수선) : 옛날 제왕들을 보면 물려주는 방법이 서로 달랐고,
三代殊繼(삼대수계) : 하·은·주 3대의 왕위 계승 방법도 각기 달랐다.
差其時(차기시) : 그 시대와 어긋나게 하고,
逆其俗者(역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거스르는 자를 두고
謂之簒夫(위지찬부) : 그를 찬탈자라 부르며,
當其時(당기시) : 그 시대에 합당하게 하고
順其俗者(순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따르는 사람을 두고
謂之義之徒(위지의지도) : 의로운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黙黙乎河伯(묵묵호하백) : 황하의 신은 말이 없으니
女惡知貴賤之門(여악지귀천지문) : 네가 어찌 귀천의 문과
小大之家(소대지가) : 대소의 집을 알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我何爲乎(연칙아하위호) :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吾辭受趣舍(오사수취사) : 제가 사양하거나 나가거나 멈추는데 있어서
吾終奈何(오종내하) :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됩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何貴何賤(하귀하천) :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을 천히 여기겠는가?
是謂反衍(시위반연) : 이런 경지를 혼돈하게 통일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다.
無拘而志(무구이지) : 자기 뜻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與道大蹇(여도대건) : 그러면 도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
何少何多(하소하다)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적다하고 무엇을 많다 하겠는가?
是謂謝施(시위사시) : 이런 경지를 구별 없이 연결되는 상태라 말하는 것이다.
無一而行(무일이행) : 한편에만 치우치는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
與道參差(여도참차) : 그러면 도에 어긋나게 된다.
嚴嚴乎若國之有君(엄엄호약국지유군) : 엄격하기가 나라의 임금과 같아서
其無私德(기무사덕) : 사사로운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繇繇乎若祭之有社(요요호약제지유사) : 유유자득하기가 제사를 받는 땅의 신과 같아서
其無私福(기무사복) : 사사로이 복을 내려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泛泛乎其若砂防之無窮(범범호기약사방지무궁) : 대범하기가 사방이 끝없는 것과 같아서
其無所畛域(기무소진역) : 아무런 한계도 없어야 한다.
兼懷萬物(겸회만물) : 만물을 다 같아 아울러 감싸서
其孰承翼(기숙승익) : 그 어떤 사람만을 아껴주거나 도와 주는 일이 없으면
是謂無方(시위무방) : 이것을 두고 일정한 넓이가 없는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萬物一齊(만물일제) : 만물은 한결같이 평등한 것이니,
孰短孰長(숙단숙장) : 어느 것이 못하고 어느 것이 더 나은가?
道無終始(도무종시) : 도에는 시작도 끝도 없지만
物有死生(물유사생) : 물건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不恃其成(불시기성) : 그래서 물건의 공용이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一虛一盈(일허일영) : 어떤 때는 비어 있다가도 어떤 때는 차게 마련이어서
不位乎其形(불위호기형) : 그 형세에는 일정한 위치가 없다.
年不可擧(년불가거) : 늙어 가는 나이는 막을 수가 없고,
時不可止(시불가지) : 흘러가는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消息盈虛(소식영허) : 생성소멸과 찼다가 비는 일을 반복하여
終則有始(종칙유시) : 그치면 또 시작을 한다.
是所以語大義之方(시소이어대의지방) : 이것이야말로 내가 위대한 도의 뜻을
論萬物之理也(론만물지리야) : 얘기하고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까닭인 것이다.
物之生也(물지생야) : 물건의 생성은
若驟若馳(약취약치) : 말이 뛰거나 달리는 것처럼 변화한다.
無動而不變(무동이불변) :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란 없고,
無時而不移(무시이불이) : 잠시도 바뀌지 않는 것이란 없는 것이다.
何爲乎(하위호) : 그런데 무엇을 하겠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못하는가?
夫固將自化(부고장자화) : 그대로 스스로 변화하게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何貴於道邪(연칙하귀어도사) : “어째서 도가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知道者必達於理(지도자필달어리) : “도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理)에도 통달해 있고,
達於理者必明於權(달어리자필명어권) : 이에 통달한 사람은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밝다.
明於權者不以物害己(명어권자불이물해기) :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밝은 사람은 사물에 의해
자신이 해를 받는 일이 없다.
至德者(지덕자)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火弗能熱(화불능열) : 불도 뜨겁게 하지 못하며,
水弗能溺(수불능익) : 물도 그를 빠져죽게 하지 못하며,
寒暑弗能害(한서불능해) :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칠 수가 없고,
禽獸不能賊(금수불능적) : 새나 짐승들도 그를 상하게 할 수 없다.
非謂其薄之也(비위기박지야) :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볍게 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言察乎安危(언찰호안위) : 편안함과 위험을 살피고
寧於禍福(녕어화복) : 화와 복 어느 것에나 안주하여
謹於去就(근어거취) : 자기의 거취를 신중히 함으로써
莫之能害也(막지능해야) :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天在內(천재내) : 자연을 그의 내부에 존재하게 하고,
人在外(인재외) : 인위적인 것은 밖으로 내보내어,
德在乎天(덕재호천) : 그의 덕이 자연에 있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知乎人之行(지호인지행) : 자연과 사람의 행위에 대해 알고
本乎天(본호천) : 자연을 근본으로 삼는다면,
位乎得(위호득) : 그의 올바른 위치를 얻게 될 것이다.
蹢躅而屈伸(척촉이굴신) : 그러면 나아가고 물러나고 굽히고 뻗치고 자유자재로 되며,
反要而語極(반요이어극) : 도로 되돌아가 진리의 극치를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물었다.
何謂天(하위천) : “무엇을 자연이라 하고,
何謂人(하위인) : 무엇을 인위라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牛馬四足(우마사족) : “소나 말이 네 발을 가지고 있는 것을
是謂天(시위천) : 자연이라 말하고,
落馬首(락마수) : 말의 머리에 고삐를 매거나
穿牛鼻(천우비) : 소의 코를 뚫는 것을
是謂人(시위인) : 인위라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以人滅天(무이인멸천) : 인위로써 자연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故滅命(무이고멸명) : 지혜로 천명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得殉名(무이득순명) : 자기의 덕을 명성을 위해 희생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謹守而勿失(근수이물실) : 자연을 지켜 잃지 않는 것을
是謂反其眞(시위반기진) : 그의 진실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