則陽
7.
柏矩學於老聃曰(백구학어노담왈) : 백구가 노자에게 배우고 있을 때 말했다
請之天下遊(청지천하유) : “천하를 다니며 노닐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天下猶是也(천하유시야) : 천하도 이곳이나 같은 것이다.”
又請之(우청지) : 그러나 다시 요청하니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물었다.
汝將何始(여장하시) : “어디서부터 유람을 시작하겠느냐?”
曰始於齊(왈시어제) : 백구가 말하기를, “제나라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至齊(지제) : 백구는 제나라로 가서
見辜人焉(견고인언) : 처형당한 시체를 보고는
推而强之(추이강지) : 밀어 바로 눕히고
解朝服而幕之(해조복이막지) : 자기의 예복을 벗어 그 시체를 덮어주고
號天而哭之曰(호천이곡지왈) : 하늘을 보며 통곡하여 말했다.
子乎子乎(자호자호) : 자네여 자네여
天下有大菑(천하유대치) : “아! 천하에는 큰 재난이 많은데
子獨先離之(자독선리지) : 그대 홀로 먼저 당하였구나.
曰莫爲盜(왈막위도) : 이르기를, 그대는 도둑질을 한 것은 아니었나?
莫爲殺人(막위살인) :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나?
榮辱立(영욕립) : 영예와 치욕을 따지게 된
然後覩所病(연후도소병) : 뒤에야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貨財聚(화재취) : 재물을 모으게 된
然後覩所爭(연후도소쟁) : 뒤에야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今立人之所病(금립인지소병) : 지금 세상에서는 사람들을 고민하게 하는 일들을 내세우고,
聚人之所爭(취인지소쟁) : 사람들을 다투게 하는 것을 모음으로써
窮困人之身使無休時(궁곤인지신사무휴시) : 사람들의 몸을 쉴 새도 없이 곤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欲無至此(욕무지차) : 그러니 그대와 같은 처지를 당하지 않으려 한들
得乎(득호) : 할 수가 있겠는가?
古之君人者(고지군인자) : 옛날의 임금들은
以得爲在民(이득위재민) : 이득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以失爲在己(이실위재기) : 손실은 자기에게로 돌렸었다.
以正爲在民(이정위재민) : 정당한 것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以枉爲在己(이왕위재기) : 비뚤어진 것은 자기에게로 돌렸었다.
故一形有失其形者(고일형유실기형자) :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실수가 있을 때에는
退而自責(퇴이자책) : 물러나서 스스로를 책망했던 것이다.
今則不然(금칙불연) :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匿爲物而過不識(익위물이과불식) : 숨어서 일을 결정하고는 알지 못하는 자들을 우롱하며,
大爲難而罪不敢(대위난이죄불감) : 어려운 일을 하게 하고서 하지 못하는 자들을 벌준다.
重爲任而罰不勝(중위임이벌불승) : 무거운 임무를 맡겨 놓고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을 처벌한다.
遠其塗而誅不至(원기도이주불지) : 먼길을 가게하고 이르지 못하는 자들을 처형한다.
民知力竭(민지력갈) : 그리고 백성들의 능력과 지혜가 다하면
則以僞繼之(칙이위계지) : 곧 허위로 일을 충당한다.
日出多僞(일출다위) : 위정자가 날로 허위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되면
士民安取不僞(사민안취불위) : 백성들이 어떻게 허위의 일을 하지 않게 되겠는가?
夫力不足則僞(부력부족칙위) : 힘이 부족하면 속이게 되고,
知不足則欺(지부족칙기) : 지혜가 부족하게 되면 자기를 놓게 되며,
財不足則盜(재부족칙도) : 재물이 부족하게 되면 도둑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盜竊之行(도절지행) : 도둑질이 행해지는 것을
於誰責而可乎(어수책이가호) :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되겠는가?”
8.
蘧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거백옥행년육십이육십화) : 거백옥은 나이 육십이 되는 동안
육십 번이나 태도가 바뀌었다.
未嘗不始於是之而卒泏之以非也(미상불시어시지이졸출지이비야) : 처음에는 옳다고 했던 일도
나중에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모두 부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未知今之所謂是之非五十九非也(미지금지소위시지비오십구비야) :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지난 오십구년 동안 부정했던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萬物有乎生而莫見其根(만물유호생이막견기근) : 만물은 생존하고 있지만 그 근원을 볼 수는 없다.
有乎出而莫見其門(유호출이막견기문) : 만물은 사멸되고 있지만 사멸되어 가는 문은 볼 수가 없다.
人皆尊其知之所知(인개존기지지소지) : 사람들은 모두 그의 지혜로써 알고 있는 사실을 존중한다.
而莫知恃其知之所不知(이막지시기지지소부지) : 그러나 지혜로 알지 못하는 일에 의지해야만
而後知可(이후지가) : 지혜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不謂大疑乎(이후지가불위대의호) : 그러니 크게 미혹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已乎已乎(이호이호) : 내게 있어서도 그런 것인저
且無所逃(차무소도) : 또한 그런 시비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此所謂然與(차소위연여) : 그러니 이른바 그런 대로
然乎(연호) : 그렇게 지내야만 하는 것인가
9.
仲尼問於太史大弢(중니문어태사대도) : 공자가 태사인 대도,
伯常騫(백상건) : 백상건,
狶韋曰(희위왈) : 희위에게 말했다.
夫衛靈公飮酒湛樂(부위령공음주담락) : “위나라 영공은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에 빠져
不聽國家之政(불청국가지정) : 국가의 정치는 돌보지도 않았고,
全獵畢弋(전렵필익) : 사냥에 빠져
不應諸侯之際(불응제후지제) : 제후들과의 모임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其所以爲靈公者何邪(기소이위영공자하사) : 그런데도 영공이라는 시호를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大弢曰(대도왈) : 대도가 말했다.
是因是也(시인시야) : “그것은 바로 이래서입니다.”
伯常騫曰(백상건왈) : 백상건이 말했다.
夫靈公有妻三人(부영공유처삼인) : “영공에게는 세 사람의 처가 있었는데
同濫而浴(동람이욕) : 그들과 같은 욕조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史鰌奉御而進所(사추봉어이진소) : 그러나 사추가 명을 받들어 임금이 있는 곳에 나올 때는
搏幣而扶翼(박폐이부익) : 마중 나가 부축하여 주었습니다.
其慢若彼之甚也(기만약피지심야) : 처들과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면서도,
見賢人若此其肅也(견현인약차기숙야) : 현명한 사람을 만날 때는 그처럼 공경을 다했던 것입니다.
是其所以爲靈公也(시기소이위영공야) : 이것이 그에게 영공이란 시호가 주어진 까닭입니다.”
狶韋曰(희위왈) : 희위가 말했다.
夫靈公也死(부영공야사) : “영공이 죽었을 때,
卜葬於故墓不吉(복장어고묘불길) : 옛 무덤에 장사 지내려 하니 점괘가 불길하다고 나왔습니다.
卜葬於沙丘而吉(복장어사구이길) : 모래 언덕에 장사 지내는 것이 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掘之數仞(굴지수인) : 그래서 모래 언덕을 몇 길 파 내려가자
得石槨焉(득석곽언) : 돌로 된 석관이 나왔습니다.
洗而視之(세이시지) : 그 석관을 씻고 보니
有銘焉(유명언) :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曰不馮其子(왈불풍기자) : “자식은 의지할 만한 것이 못된다.
靈公奪而里之(영공탈이리지) : 영공이 이 곳을 빼앗아 ane는다.”
夫靈公之爲靈也久矣(부영공지위영야구의) : 영공에게 신령스럽다는 의미의 영공이라는 칭호가
주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之二人何足以識之(지이인하족이식지) : 앞의 두 사람들이 어찌 이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10.
少知問於大公調曰(소지문어대공조왈) : 소지가 대공조에게 물었다.
何謂丘里之焉(하위구리지언) : “고을의 여론이란 무엇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丘里者(구리자) : “고을이란
合十姓百名而以爲風俗也(합십성백명이이위풍속야) : 성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풍속을
형성하는 것이다.
合異以爲同(합리이위동) : 각기 다른 요소들을 합쳐 같은 하나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散同以爲異(산동이위이) : 같은 하나를 나누어 보면 각기 다른 것이 된다.
今指馬之百體而不得馬(금지마지백체이부득마) : 말 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놓고서 말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而馬係於前者(이마계어전자) : 말이 우리 앞에 매여 있을 때
立其百體而謂之馬也(립기백체이위지마야) : 몸의 모든 부분이 합치되어 서 있기 때문에 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是故丘山積卑而爲高(시고구산적비이위고) : 그러므로 언덕과 산도 낮은 흙들이 쌓인 것들이 모여
높아진 것이며,
江河合小而爲大(강하합소이위대) : 강물도 시냇물이 합쳐져서 커진 것이다.
大人合幷而爲公(대인합병이위공) : 그처럼 위대한 사람이란 모든 개인을 합쳐서 공(公)을 이루는
것이다.
是以自外入者(시이자외입자) : 그러므로 밖에서 어떤 의견이 제시되면
有主而不執(유주이불집) : 자기의 다른 생각이 있다 해도 자기 생각에만 집착되지 않는다.
由中出者(유중출자) : 그리고 자기가 제시한 의견이
有正而不距(유정이불거) : 올바르다 해도 남의 의견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四時殊氣(사시수기) : 사계절은 각기 기후가 다르지만
天不賜(천불사) : 하늘은 한편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歲成(고세성) : 그러므로 한 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五官殊職(오관수직) : 다섯 가지 관직은 직책이 서로 다르지만
君不私(군불사) : 임금이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國治(고국치) : 그러므로 나라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文武殊能(문무수능) : 문인과 무인은 기능이 다르지만
大人不賜(대인불사) : 위대한 사람은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德備(고덕비) : 그의 덕이 완비되는 것이다.
萬物殊理(만물수리) : 만물은 이치가 서로 다르지만,
道不私(도불사) : 도가 사사로이 치우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故無名(고무명) : 이름 없는 무명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無名故無爲(무명고무위) : 도는 무명이기 때문에 무위하다.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 무위하지만 어떤 변화나 존재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없다.
時有終始(시유종시) : 시간은 시작과 끝이 있고
世有變化(세유변화) : 세상에는 변화가 있다.
禍福淳淳(화복순순) : 화와 복은 흘러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至有所拂者而有所宜(지유소불자이유소의) : 어떤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自殉殊面(자순수면) : 모두가 제각기 따르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有所正者有所差(유소정자유소차) : 한편에서는 바르다고 인정되는 것이 다른 한 편에서는
잘못된 것이 될 수도 있다.
比於大澤(비어대택) : 커다란 늪지에 비교를 하면
百材皆度(백재개도) : 갖가지 동식물이 한군데 어울려 살고 있는 것과 같다.
觀於大山(관어대산) : 큰산에 빗대어 보면
木石同壇(목석동단) : 나무나 바위들이 다 같은 터전 위에 놓여 있는 것과 같다.
此之謂丘里之言(차지위구리지언) : 이것을 고을의 여론이라 하는 것이다.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然則謂之道(연칙위지도) : “그렇다면 그것을 도라고 해도
足乎(족호) : 되겠습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今計物之數(금계물지수) : 세상의 물건의 수를 따져 보면
不止於萬(부지어만) : 만 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而期曰萬物者(이기왈만물자) : 그런데도 만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以數之多者號而讀之也(이수지다자호이독지야) : 숫자 중에서 많은 단위를 빌어서 표현한 것이다.
是故天地者(시고천지자) : 그리고 하늘과 땅이라는 것은
形之大者也(형지대자야) : 형체 중에서 큰 것이며,
陰陽者(음양자) : 음과 양이라는 것은
氣之大者也(기지대자야) : 기 중에서 큰 것이다.
道者爲之公(도자위지공) : 도라는 것은 그것들 전체에 대해 공정히 작용하는 것이다.
因其大而號以讀之(인기대이호이독지) : 그것의 위대함을 근거로 하여 그것을 도라고 부른다면
則可也(칙가야) : 괜찮을 것이다.
已有之矣(이유지의) : 그러나 이미 도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면
乃將得比哉(내장득비재) : 곧 다른 물건과 상대적인 것이 될 것이다.
則若以斯辯(칙약이사변) : 만약 이와 같이 논한다면,
譬猶狗馬(비유구마) : 비유를 들면 여론과 도는 개와 말이나 같은 것이 되어
其不及遠矣(기불급원의) : 도의 진실함이 멀리 미치지 못하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