則陽
11.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四方之內(사방지내) : “사방 안,
六合之裏(육합지리) : 천지의 속에
萬物之所生惡起(만물지소생악기) : 만물의 발생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陰陽相照(음양상조) : “음과 양이 서로 작용하여
相蓋相治(상개상치) : 서로 해치기도 하고 서로 다스리기도 한다.
四時相代(사시상대) : 사계절이 서로 엇바뀌면서
相生相殺(상생상살) : 서로 발생하게 하기도 하고, 서로 죽이기도 한다.
欲惡去就(욕악거취) : 욕망과 증오와 버리고
於是橋起(어시교기) : 취하는 생각들이 여기에서 문득 일어나,
雌雄片合(자웅편합) : 암놈과 수놈이 결합함으로써
於是庸有(어시용유) :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安危相易(안위상역) : 안락과 위험이 서로 바뀌며,
禍福相生(화복상생) : 화와 복이 서로 번갈아 발생하고,
緩急相摩(완급상마) : 더딘 것과 다급한 것이 서로 엇갈리며
聚散以成(취산이성) :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현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此名實之可紀(차명실지가기) : 이런 명분과 실태는 조리를 이룰 수도 있으며
精微之可志也(정미지가지야) : 그 정미한 작용은 기술할 수도 있는 것이다.
隨序之相理(수서지상리) : 모든 것은 질서를 따라서 서로 다스려지며
橋運之相使(교운지상사) : 운행의 오르내림에 의해 서로 작용을 하여,
窮則反(궁칙반) : 궁해지면 되돌아오고
終則始(종칙시) : 끝나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此物之所有(차물지소유) : 이것이 만물이 지니고 있는 현상이다.
言之所盡(언지소진) : 따라서 그것은 말로도 표현할 수 있고
知之所至(지지소지) : 지혜로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인데,
極物而已(극물이이) : 물건의 현상을 정리할 뿐이기 때문이다.
覩道之人(도도지인) : 그러나 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不隨其所廢(불수기소폐) :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不原其所起(불원기소기) : 물건이 생겨나는 근원을 따지지도 않는다.
此議之所止(차의지소지) : 이것은 논리로써 논할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季眞之莫爲(계진지막위) : “계진처럼 자연의 주재자가 없다는 사람과
接子之或使(접자지혹사) : 첩자처럼 자연의 주재자가 있다는 사람이 있는데,
二家之議(이가지의) : 두 사람의 설 중에
孰正於其情(숙정어기정) : 어느 것이 진실이고
孰徧於其理(숙편어기리) : 어느 것이 진리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鷄鳴狗吠(계명구폐) : “닭이 울고 개가 짖는 것은
是人之所知(시인지소지) :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다.
雖有大知(수유대지) : 그러나 비록 위대한 지혜를 지녔다 해도
不能以言讀其所自化(불능이언독기소자화) : 그것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又不能以意測其所將爲(우불능이의측기소장위) : 또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추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斯而析之(사이석지) : 이렇게 분석해 나가면
精至於無倫(정지어무륜) : 지극히 정미한 경지에 이르게 되고,
大至於不可圍(대지어불가위) : 크게는 한정지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或之使(혹지사) : 그러니 주재자가 있다거나
莫之爲(막지위) : 주재자가 없다고 하는 이론은
未免於物(미면어물) : 물건의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어서
而終以爲過(이종이위과) : 결국은 잘못된 것이다.
或使則實(혹사칙실) : 주재자가 있으면 작용이 실재적인 것이 되고,
莫爲則虛(막위칙허) : 주재자가 없다면 작용도 허무한 것이 된다.
有名有實(유명유실) : 따라서 이름이 있고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是物之居(시물지거) : 현상계에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며,
無名無實(무명무실) : 이름도 없고 사실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在物之虛(재물지허) : 현상계를 공허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可言可意(가언가의) : 말로 표현할 수 있고 마음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지만,
言而愈疏(언이유소) : 도란 말로 표현할수록 진실과는 더욱 멀어지는 것이다.
未生不可忌(미생불가기) : 물건이 생겨나기 전에 생겨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는 것이며,
已死不可徂(이사불가조) : 이미 죽어버린 것을 죽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死生非遠也(사생비원야) : 죽음과 삶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 아니지만
理不可覩(리불가도) : 그 원리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或之使(혹지사) : 주재자가 있다거나
莫之爲(막지위) : 주재자가 없다는 설은
疑之所假(의지소가) : 결국 억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吾觀之本(오관지본) : 내가 보건대 만물의 근본은
其往無窮(기왕무궁) : 알아보려 해도 끝이 없는 것이다.
吾求之末(오구지말) : 내가 추구해 보건대 만물의 종말은
其來無止(기래무지) : 오는 곳이 한정이 없는 것이다.
無窮無止(무궁무지) : 끝도 없고 한정도 없으니,
言之無也(언지무야) : 그것을 무로써 표현할 때
與物同理(여물동리) : 비로소 물건의 실리와 합치되게 되는 것이다.
或使莫爲(혹사막위) : 주재자가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는 것은
言之本也(언지본야) : 이론의 출발점으로써
與物終始(여물종시) : 만물과 더불어 영원히 부침할 것이다.
道不可有(도불가유) : 도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有不可無(유불가무) : 도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道之爲名(도지위명) : 도라는 이름은
所假而行(소가이행) : 가정적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或使莫爲(혹사막위) : 주재자가 있고 없다는 것은
在物一曲(재물일곡) : 물건의 일단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지,
夫胡爲於大方(부호위어대방) : 어찌 자연의 위대한 도를 놓고서 말할 수 있겠는가?
言而足(언이족) : 도를 말로써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면
則終日言而盡道(칙종일언이진도) : 하루종일 말하면 도를 형용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言而不足(언이부족) : 도를 말로써 표현해 낼 수 없는 것이라면
則終日言而盡物(칙종일언이진물) : 하루 종일 말을 해도 물건에 대한 얘기에 그칠 것이다.
道物之極(도물지극) : 도란 물건의 극치이므로
言黙不足以載(언묵부족이재) : 말이나 침묵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非言非黙(비언비묵) : 말도 아니고 침묵도 아닌 경지에서
議有所極(의유소극) : 그런 도의 극치는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