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 김소월 -
짐승은 모를는지 고향인지라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 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山)새 소래 진달래 화초(花草) 만발(滿發)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丹楓) 흐르는 샘물 위에 떠나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 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이거든 고향(故鄕)이 탓이 되어 부모님 기억(記憶), 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恒常) 그 곳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속에 있습니까 마음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마음에 있으니까 꿈에 뵈지요 꿈에 보는 고향이 그립습니다 그 곳에 넋이 있어 꿈에 가지요 꿈에 가는 고향이 그립습니다
물결에 떠내려간 부평(浮萍) 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에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은 천애일방(天涯一方)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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