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도심 속 천혜의 자연, 영국 습지공원

꿈과인생 2007. 9. 17. 19:36

달력에서 읽는 계절에 상관 없이, 매일 아침마다 일기예보 속 수치를 봐야 ‘오늘의 옷차림’을 결정할 수 있는 곳. 도심 한복판에서 비키니 수영복 탑을 걸치고 다니다가도 그 다음날 갑작스레 찾아오는 변덕스러운 추위에 겨울 코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나오는 영국인.
올해 영국의 여름은 유난히도 늦게 찾아 왔다가 변덕을 제대로 부리고 가려는지, 9월이 되어도 그 흔적은 사그라질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인간이 둔한 건지 아니면 생존에 강한 그들이 먼저 아는 건지, 도시의 새들이 이미 가을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 있다.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와, 마찬가지로 사라져가는 이들의 서식지인 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람사 협약. 그 가입국 중 하나인, 영국의 도심 속 습지공원(London Wetland Centre)을 찾았다. 런던 남서부, 템즈 강변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을 찾는 인간의 발걸음에 큰 불편만 주지 않게 했을 뿐, 공원 전체가 ‘거주자’ 친화적인 환경이다. 자갈과 흙으로 된 길에, 유모차를 끌며 걸어야 했던 필자는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불편을 느끼기 보다는 이곳 생물체들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조바심내야 했다.

연이은 생태계의 장관에 감동해 계속 들어 가다가 길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돌기도 했다. 주변 지형의 특성 때문인지 간혹 ‘되돌아 나오는 길(return route)’이라 쓰인 표지판을 따르지 않으면 길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원이지만 신나게 먹고 놀기보다는 조용히 감상하고, 산책하거나 학습하는 곳인지라 어린이에겐 지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계 방향으로 공원 주변을 돌다가 마지막 코스에서 만나는 어린이 놀이동산 ‘익스플로어(Explore)’가 기다린다. 습지에서 만날 수 있는 곤충이나 동물 모양의 놀이기구와 미로 같은 물쥐 터널, 인공 암벽, 뛰다가 넘어져도 안 아플 것 같은 푹신한 인공 언덕까지 아이들이 신나게 놀면서 자연을 배우기에 제격이다. 만 3세부터 11세 전용 공간이지만, 이들을 동반한 어른들이 더 좋아라 뛰어 놀고 있었다.

 

다양한 조류의 움직임으로 바쁜, 가을에 공원을 찾는 것이 탐조(探鳥)에 제격이겠지만, 조류 애호가가 아닌 이상, 사계절 모두 이곳 습지공원의 제각각 독특한 색상을 감상하기에 좋을 듯 하다. 1일 입장권 가격의 3~4배 정도인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면 전국에 9곳이나 있는 영국의 습지공원 모두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습지공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 곳곳에 숨은 ‘그들’의 공간을 잘 찾고 길을 잃지 않도록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공원 지도
- 먼 곳에 있는 새와 주변 관경을 관측하기에 좋은 망원경
- 그냥 걷기만 해도 두어 시간은 걸릴 것 같은 넓은 흙길에 적합한 편한 신발
- 수시로 변하는 날씨에 대비해 옷 위에 겹쳐 입을 수 있는 여분의 옷과 우산

 

등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피크닉 장소와 식당, 매점 모두 있다.

 
 

사진1> 습지공원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보이는 새들의 만남의 광장. 겉모양은 물론 습성이 서로 다른 이 많은 조류가 한곳에서 사이 좋게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진 2> 공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탐조(探鳥)대 내부. 공원에서 서식하거나 방문하는 새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호색으로 꾸며진 작은 건물이다. 위에 이곳에서 관측할 수 있는 조류에 대한 설명문이 있다. 이곳에선 모두 조용히 망원경이나 육안으로 창 밖을 내다보기만 한다.

 

사진 3> 탐조대 창으로 바라본 바깥 세상. 인간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한 가운데 강가에 있는 새들을 관측할 수 있다. 멀리 맞은 편 탐조대와 함께, 이곳이 도심 속에 있음을 알려주는 주택가가 보인다.

 

사진 4> 물새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습지.

 

사진 5> 잠시 퀴즈 하나 – 이곳 공원 구석에 있던 물고기 머리와 비늘로 둘러싸인 몸통 모형은 무엇일까?

 

사진 6> 정답은 먹거리를 파는 간이 매점. 옆쪽 몸통 부분에 제품 가판대가, 꼬리 쪽으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공간이 있어, 아이디어가 신선해 보였다. 

 

사진 7> 물가의 새와 화가. 미술 문외한인 필자가 보기엔 그냥 아마추어 정도로 보이지만, 우리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도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그림에 열중하고 계셨다. 이 화가의 눈에 보이는 배경이 그림이겠지만, 그분의 멋진 모자와, 작업 중인 그림, 주변 모두 한 폭의 더 멋진 그림이었다.

 

여성가족부, 위민넷 웹진에도 같은 기사를 실었습니다.
위민넷이 궁금하시거나 더 많은 웹진 기사를 보시려면

위민넷 홈페이지  
http://www.women-net.net/

출처 : 초특급 현지 적응력 지니가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정숙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