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달생(達生 ) 9~12
達生
9.
孔子觀於呂梁(공자관어려량) : 공자가 여양에 구경을 갔다.
縣水三十仞(현수삼십인) :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었는데,
流沫四十里(류말사십리) :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어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원타어별지소불능유야) : 큰 자라나 악어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見一丈夫游之(견일장부유지) : 그런데, 한 남자가 거기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는,
以爲有苦而欲死也(이위유고이욕사야) :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使弟子竝流而拯之(사제자병유이증지) : 제자들을 시켜 흐름을 따라 내려가 그를 구해주도록 했다.
數百步而出(수백보이출) : 그러나 그는 수백 보를 헤엄치고 나와서는
被髮行歌而游於塘下(피발행가이유어당하) : 머리를 흩트린 채 노래를 부르며 언덕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孔子從而問焉(공자종이문언) :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曰吾以子爲鬼(왈오이자위귀) : “나는 선생을 귀신인 줄 알았는데
察子則人也(찰자칙인야) :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蹈水有道乎(도수유도호) : “물 속을 헤엄치는 데도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亡(왈망) : 남자가 말하기를, “없습니다
吾無道(오무도) : 내게는 도가 없습니다.
吾始乎故(오시호고) : 나는 습성으로 헤엄을 시작했는데
長乎性(장호성) :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성격이 천명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與齊俱入(여제구입) :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들어가서
與汨偕出(여골해출) : 솟아오르는 물길과 함께 물위로 나옵니다.
從水之道而不爲私焉(종수지도이불위사언) : 물길을 따를 뿐이지 사사로운 힘을 쓰지 않습니다.
此吾所以蹈之也(차오소이도지야) :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何謂始乎故(하위시호고) : “무엇을 두고 습성으로 시작하여
長乎性(장호성) :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 천명으로 이룩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曰吾生於陵而安於陵(왈오생어릉이안어릉) : 남자가 말하기를,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故也(고야) : 습성이고
長於水而安於水(장어수이안어수) : 물 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性也(성야) : 성격입니다.
不知吾所以然而然(부지오소이연이연) :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命也(명야) : 천명입니다.”
10.
梓慶削木爲鐻(재경삭목위거) : 재경이라는 명공이 나무를 깎아서 북틀을 만들었다.
鐻成(거성) : 북틀이 만들어지자
見者驚猶鬼神(견자경유귀신) :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귀신의 솜씨 같다고 모두 놀랐다.
魯侯見而問焉(노후견이문언) : 노나라 제후가 그것을 보고 재경에게 물어
曰子何術以爲焉(왈자하술이위언) : 이르기를,“그대는 무슨 도술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對曰(대왈) : 재경이 대답했다.
臣工人(신공인) : “목수인 제게
何術之有(하술지유) :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렇지만
有一焉(유일언) : 한가지 원리는 있습니다.
臣將爲鐻(신장위거) : 저는 북틀을 만들려 할 때는
未嘗敢以耗氣也(미상감이모기야) : 감히 기운을 소모하는 일이 없이
必齊以靜心(필제이정심) : 반드시 재계를 함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만듭니다.
齊三日(제삼일) : 사흘동안 재계를 하면
而不敢懷慶賞爵祿(이불감회경상작록) : 감히 이익과 상이나 벼슬과 녹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五日(제오일) : 닷새동안 재계를 하면
不敢懷非譽巧拙(불감회비예교졸) : 감히 비난과 칭찬이나 교묘함과 졸렬함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七日(제칠일) : 이레동안 재계를 하면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첩연망오유사지형체야) : 문득 제가 지닌 손발과 육체까지도 잊게 됩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렇게 되면
無公朝(무공조) : 나라의 조정도 안중에 없고,
其巧專而而滑消(기교전이이활소) : 오로지 안으로 기교를 다하기만 하며,
밖의 혼란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립니다.
然後入山林(연후입산림) : 그렇게 된 뒤에야 산림으로 들어가
觀天性(관천성) : 재목의 성질을 살피고,
形軀至矣(형구지의) : 모양도 완전한 것을 찾아냅니다.
然後成見鐻(연후성견거) : 그리고는 완전한 북틀을 마음속에 떠올린
然後加手焉(연후가수언) : 뒤에야 손을 대는 것입니다.
不然則已(불연칙이) :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則以天合天(칙이천합천) : 곧 저의 천성과 나무의 천성을 합치시키는 것입니다.
器之所以疑神者(기지소이의신자) : 제가 만든 기구가 신기에 가까운 이유는
其由是與(기유시여) :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11.
東野稷以御見莊公(동야직이어견장공) : 동야직이라는 사람이 수레를 모는 기술을 가지고
장공을 만났다.
進退中繩(진퇴중승) : 그의 수레 모는 솜씨는 나가고 물러나는 것이 먹줄에 들어맞을 듯이 곧았고,
左右旋中規(좌우선중규) : 좌우로 도는 것은 그림쇠에 들어맞을 듯이 정원형을 그렸다.
莊公以爲文弗過也(장공이위문불과야) : 장공은 옛날 조부도 이보다 더 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使之鉤百而反(사지구백이반) : 그에게 밭이랑 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顔闔遇之(안합우지) : 안합이 그를 만나고
入見曰(입견왈) : 돌아와 장공을 뵙고 이르기를
稷之馬將敗(직지마장패) : “동야직의 말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公密而不應(공밀이불응) : 장공은 묵묵히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少焉(소언) : 과연 조금 후에
果敗而反(과패이반) : 말이 넘어져서 돌아왔다.
公曰(공왈) : 장공이 물었다.
子何以知之(자하이지지) : “당신은 어떻게 말이 넘어질 것을 알았습니까?”
曰其馬力竭矣(왈기마력갈의) : 안합이 대답하기를“그는 말의 힘이 다 했는데도
而猶求焉(이유구언) : 계속 달리게 하려고 했으므로
故曰敗(고왈패) :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12.
工倕旋而蓋規矩(공수선이개규구) : 공수가 손으로 도안을 하면 그림쇠나 굽은 자를 쓴 것과 같이
정확했다.
指與物化而不以心稽(지여물화이불이심계) : 그의 손가락이 물건에 동화되어 있어서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故其靈壹一而不桎(고기령일일이불질) : 그러므로 그의 정신은 하나로 되어 아무런 거리낌도
받지 않는 것이다.
忘足(망족) : 발을 잊는 것은
屨之適也(구지적야) : 신이 알맞기 때문이다.
忘要(망요) : 허리를 잊는 것은
帶之適也(대지적야) : 허리띠가 알맞기 때문이다.
忘是非(망시비) : 옳고 그른 것을 잊는 것은
心之適也(심지적야) :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不內變(불내변) :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不外從(불외종) : 밖으로 물건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 사리와 경우에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불적자) : 알맞음에서 시작하여 알맞지 않은 일이 없게 되면,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 : 알맞음이 알맞은 것조차도 잊게 되는 것이다.
有孫休者(유손휴자) : 손휴라는 사람이
踵門而詫子扁慶子曰(종문이타자편경자왈) : 편경자의 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休居鄕不見謂不修(휴거향불견위불수) :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臨難不見謂不用(림난불견위불용) :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然而田原不遇歲(연이전원불우세) :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事君不遇世(사군불우세) : 임금을 섬김에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賓於鄕里(빈어향리) :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逐於州部(축어주부) :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則胡罪乎天哉(칙호죄호천재) :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休惡遇此命也(휴악우차명야) :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자독불문부지인지자행사) : “당신은 지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忘其肝膽(망기간담) : 자신의 간과 쓸개조차도 잊고
遺其耳目(유기이목) :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 망연히 티끌과 먼지의 세상 밖에 노닐며
逍遙乎無事之業(소요호무사지업) : 일할 것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是謂爲而不恃(시위위이불시) :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력을 믿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불재) :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今汝飾知以驚愚(금여식지이경우) :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修身以明汚(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소소호약게일월이행야) : 해와 달처럼 당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汝得全而形軀(여득전이형구) :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고
具而九竅(구이구규) :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無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무중도요어성맹파건이비어인수) :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亦幸矣(역행의) :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又何暇乎天之怨哉(우하가호천지원재) :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子往矣(자왕의) : 어서 가보시오.”
孫子出(손자출) : 손휴가 나가자
扁子入(편자입) :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坐有間(좌유간) :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仰天而歎(앙천이탄) :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先生何爲歎乎(선생하위탄호) :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向者休來(향자휴래) :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吾告之以至人之德(오고지이지인지덕) :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오공기경이수지어혹야) : 나는 그가 놀라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弟子曰(제자왈) :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孫子之所言是邪(손자지소언시사) : 손휴의 주장이 옳고
先生之所言非邪(선생지소언비사) :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틀렸다면,
非固不能惑是(비고불능혹시) :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孫子所言非邪(손자소언비사) : 손휴의 주장이 틀렸고
先生所言是邪(선생소언시사) :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彼固惑而來矣(피고혹이래의) :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이니
又奚罪焉(우해죄언) :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昔者有鳥止於魯郊(석자유조지어로교) :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魯君說之(노군설지)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爲具太牢而饗之(위구태뢰이향지) :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에게 먹이고,
奏九韶以樂之(주구소이락지)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鳥乃始憂悲眩視(조내시우비현시) :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不敢飮食(불감음식) :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此之謂以己養養鳥也(차지위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若夫以鳥養養鳥者(약부이조양양조자) :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宜棲之深林(의서지심림) :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고,
食之以委蛇(식지이위사) :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해야 하는 것이다.
委蛇而處(위사이처) : 그처럼 넓은 땅에 두고서
則安平陸而已矣(칙안평육이이의) :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今休(금휴) : 지금 손휴는
款啓寡聞之民也(관계과문지민야) :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데도
吾告以至人之德(오고이지인지덕) :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 해준 것은
譬之若載鼷以車馬(비지약재혜이거마) :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樂鴳以鐘鼓也(락안이종고야) :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彼又惡能無驚乎哉(피우악능무경호재) :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