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양왕(讓王 ) 5~8
讓王
5.
魯君聞顔闔得道之人也(로군문안합득도지인야) : 노나라 임금이 안합이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使人以幣先焉(사인이폐선언) : 사람을 보내 폐물을 가지고 가서 모셔오게 했다.
顔闔守陋閭(안합수루려) : 안합은 누추한 집에 살면서,
苴布之衣而自飯牛(저포지의이자반우) : 삼베옷을 입고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가
魯君之使者至(노군지사자지) : 노나라 임금의 사신이 찾아오자
顔闔自對之(안합자대지) : 안합이 그를 맞이했다.
使者曰(사자왈) : 사신이 말했다.
此顔闔之家與(차안합지가여) :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까?”
顔闔對曰(안합대왈) : 안합이 대답했다.
此闔之家也(차합지가야) :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다.”
使者致幣(사자치폐) : 사신들이 폐물을 바치자
顔闔對曰(안합대왈) : 안합이 말했다.
恐聽謬而遺使者罪(공청류이유사자죄) : “잘못 알고 사신을 보낸 것이어서 죄가 될지도 모르니
不若審之(불약심지) :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使者還(사자환) : 사신들이 돌아가
反審之(반심지) : 확인을 한 다음
復來求之(복래구지) : 다시 와서 그를 찾으니
則不得已(칙부득이) : 이미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故若顔闔者(고약안합자) : 그러므로 안합 같은 인물이야말로
眞惡富貴也(진악부귀야) : 정말로 부귀를 싫어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말하기를‘
道之眞以治身(도지진이치신) : 진실한 도로써 자기 몸을 다스리고,
其緖餘以爲國家(기서여이위국가) : 그 나머지로써 나라를 돌보고,
其土苴以治天下(기토저이치천하) : 그 찌꺼기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보면
帝王之功(제왕지공) : 제왕들의 공로란
聖人之餘事也(성인지여사야) : 성인들의 여분의 일이며,
非所以完身養生也(비소이완신양생야) : 그런 일은 자신을 완전히 간수하고 삶을 보양하는 방법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今世俗之君子(금세속지군자) : 지금 세속의 군자들은
多危身棄生以殉物(다위신기생이순물) : 대부분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삶을 버리면서까지
사물을 추구하고 있으니,
豈不悲哉(기불비재) : 어찌 슬프지 않은가?
凡聖人之動作也(범성인지동작야) : 모든 성인의 행동이란
必察其所以之與其所以爲(필찰기소이지여기소이위) : 반드시 그것을 하는 까닭과 그것을 하는
방법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今且有人於此(금차유인어차) : 지금 여기에 어느 사람이
以隨侯之珠彈千仞之雀(이수후지주탄천인지작) : 수후의 구슬로 천길 높이에 있는 참새를 쏘았다면
世必笑之(세필소지) : 제상 사람들은 그를 비웃을 것이다.
是何也(시하야) : 그것은 어째서인가
則其所用者重(칙기소용자중) : 그가 사용한 것이 귀한 것인데 비해
而所要者輕也(이소요자경야) : 그것으로 얻은 것은 하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夫生者(부생자) : 사람의 삶을
豈特隨侯珠之重哉(기특수후주지중재) : 어찌 수후의 구슬에 비교하겠는가
6.
子列子窮(자열자궁) : 열자가 궁핍하여
容貌有飢色(용모유기색) : 용모에 굶주린 빛이 확연했다.
客有言之於鄭子陽者曰(객유언지어정자양자왈) : 한 손님이 그런 사실을 정나라 자양에게 말했다.
列禦寇(열어구) : “열자는
蓋有道之士也(개유도지사야) : 도를 터득한 사람입니다.
居君之國而窮(거군지국이궁) : 임금님의 나라에 살면서 곤궁하다면
君無乃爲不好士乎(군무내위불호사호) : 임금님께서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鄭子陽卽令官遺之粟(정자양즉령관유지속) : 정나라 자양은 곧 관리들에게 지시하여 열자에게
양식을 보내주도록 했다.
子列子見使者(자열자견사자) : 열자는 사자들을 보자
再拜而辭(재배이사) : 두 번 절하고 사양했다.
使者去(사자거) : 사자들이 떠난 뒤
子列子入(자열자입) : 열자가 들어오자,
其妻望之而拊心曰(기처망지이부심왈) : 그의 아내가 열자를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妾聞爲有道者之妻子(첩문위유도자지처자) : “제가 듣기에 도를 터득한 사람의 처자들은
皆得佚樂(개득일락) : 누구나 안락함을 누린다 했습니다.
今有飢色(금유기색) : 지금 굶주린 빛이 짙어,
君過而遺先生食(군과이유선생식) : 그 분이 사람을 시켜 먹을 것을 보내어 주었는데도
先生不受(선생불수) : 선생은 받지 않았습니다.
豈不命邪(기불명사) : 어찌 천명이 아니겠습니까?”
子列子笑謂之曰(자열자소위지왈) : 열자가 웃으면서 그의 아내에게 말했다.
君非自知我也(군비자지아야) : “그 분은 스스로 나를 알아 본 것이 아니고,
以人之言而遺我粟(이인지언이유아속) : 남의 말만 듣고 내게 양식을 보낸 것이오.
至其罪我也又且以人之言(지기죄아야우차이인지언) : 그러니 죄를 주는 것 또한 남의 말만 듣고
할 것이오.
此吾所以不受也(차오소이불수야) : 이것이 내가 받지 않은 까닭이오.”
其卒(기졸) : 그 후 마침내
民果作難而殺子陽(민과작난이살자양) : 백성들이 난리를 일으켜 자양을 죽여버렸다
7.
楚昭王失國(초소왕실국) : 초나라 소왕이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해 나라를 잃고 도망했을 때,
屠羊說走而從於昭王(도양설주이종어소왕) : 양을 잡는 백정인 열이라는 사람도 소왕을 따라
도망쳤다.
昭王反國(소왕반국) : 뒤에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
將賞從者(장상종자) :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상을 줄 때에 .
及屠羊說(급도양설) : 백정인 열의 차례가 되었다
屠羊說曰(도양설왈) : 이때 열이 말했다.
大王失國(대왕실국) :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셨을 때,
說失屠羊(설실도양) : 저 역시 양을 잡는 일을 잃었습니다.
大王反國(대왕반국) : 대왕께서 돌아오시게 되어
說亦反屠羊(설역반도양) : 저 역시 양을 잡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臣之爵祿已復矣(신지작록이복의) : 저의 벼슬과 녹은 이미 되찾은 것입니다.
又何賞之有哉(우하상지유재) : 또 무슨 상을 논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王曰(왕왈) : 임금이 이르기를
强之(강지) : 강제로라도 그에게 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屠羊說曰(도양설왈) : 그러자 백정 열이 말했다.
大王反國非臣之罪(대왕반국비신지죄) :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던 것이 저의 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故不敢伏其誅(고불감복기주) : 그래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大王反國非臣之功(대왕반국비신지공) : 대왕께서 돌아오신 것 역시 저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에
故不敢當其賞(고불감당기상) : 감히 그 상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王曰(왕왈) : 임금이 이르기를
見之(견지) : “그를 직접 보리라”
屠羊說曰(도양설왈) : 그러자 백정 열이 말했다.
楚國之法(초국지법) : “초나라의 법도에 의하면
必有重賞大功而後得見(필유중상대공이후득견) : 무거운 상이나 큰공을 세운 자만이 임금을 뵙게
되어 있습니다.
今臣之知不足以存國(금신지지부족이존국) : 지금 저의 지혜는 나라를 보존하기에는 부족하고,
而勇不足以死寇(이용부족이사구) : 용기는 적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기에 부족합니다.
吳軍入郢(오군입영) : 그래서 오나라 군대가 우리 영 땅을 침범했을 때,
說畏難而避寇(설외난이피구) : 저는 환난을 피해 도망쳤을 뿐,
非故隨大王也(비고수대왕야) : 대왕 때문에 따라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今大王欲廢法毁約而見說(금대왕욕폐법훼약이견설) : 지금 대왕께서 국법을 어기고 규약을 깨뜨리면서까지 저를 만나려 하시니.
此非臣之所以聞於天下也(차비신지소이문어천하야) : 그렇게 되면 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王謂司馬子綦曰(왕위사마자기왈) : 소왕이 사마인 자기에게 말했다
屠羊說居處卑賤(도양설거처비천) : “양백정인 열은 미천한 신분이지만
而陳義甚高(이진의심고) : 사리를 아는 데 있어서는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子其爲我延之以三旌之位(자기위아연지이삼정지위) : 나를 위해 그를 데려다 삼공의 지위를 주라.”
屠羊說曰(도양설왈) : 양백정 열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夫三旌之位(부삼정지위) : “무릇 삼공의 지위가
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오지기귀어도양지사야) : 양 백정의 지위보다는 존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萬鍾之祿(만종지록) : 만종의 녹이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오지기부어도양지리야) : 양을 잡아서 얻는 이득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然豈可以貪爵祿(연기가이탐작록) : 그렇지만 어찌 벼슬과 녹을 탐하여
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이사오군유망시지명호) : 임금님께서 함부로 상을 내리신다는 말을 듣게
하겠습니까!
說不敢當(설불감당) : 그래서 설은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願復反吾屠羊之肆(원복반오도양지사) : 부디 저를 양 잡는 백정의 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遂不受也(수불수야) : 그리고는 끝내 상을 받지 않았다
8.
原憲居魯(원헌거로) :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環堵之室(환도지실) : 그의 집은 사방 여덟 자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茨以生草(자이생초) :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蓬戶不完(봉호불완) :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桑以爲樞(상이위추) :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而甕牖二室(이옹유이실) :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褐以爲塞(갈이위색) :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上漏下濕(상루하습) :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데,
匡坐而弦歌(광좌이현가) :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子貢乘大馬(자공승대마) :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中紺而表素(중감이표소) :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軒車不容巷(헌거불용항) :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往見原憲(왕견원헌) :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原憲華冠縰履(원헌화관쇄리) :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杖藜而應門(장려이응문) :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嘻先生何病(희선생하병) :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시며 사십니까?”
原憲應之曰(원헌응지왈) : 원헌이 응하여 대답했다.
憲聞之(헌문지) : “내가 듣건대
無財謂之貧(무재위지빈) : 재물이 없는 것은 가난하다고 말하고,
學道而不能行謂之病(학도이불능행위지병) :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고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했습니다.
今憲(금헌) : 지금 나는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病也(비병야) : 고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子貢逡巡而有愧色(자공준순이유괴색) : 자공은 우물쭈물 뒷걸음질치면서 부끄러운 얼굴빛을 하였다.
原憲笑曰(원헌소왈) : 원헌이 웃으며 말했다.
夫希世而行(부희세이행) : “세상의 평판을 바라면서 행동하고,
比周而友(비주이우) : 자기와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만을 벗하고,
學以爲人(학이위인) : 학문은 남에게 내세우기 위해서 하고,
敎以爲己(교이위기) : 가르침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仁義之慝(인의지특) : 인의를 내세워 간악한 짓을 하고,
與馬之飾(여마지식) : 수레와 말을 장식하는 일들은
憲不忍爲也(헌불인위야) : 나로서는 하지 못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