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부(漁父) 2
漁父
2.
孔子愀然而歎(공자초연이탄) : 공자는 슬픈 듯이 탄식하며
再拜而起曰(재배이기왈) :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丘再逐於魯(구재축어로) :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추방당하고,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겨 저를 죽이려 했고,
圍於陳蔡(위어진채)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었습니다.
丘不知所失(구부지소실) : 제가 잘못한 것을 알지 못하겠는데도
而離此四謗者何也(이리차사방자하야) : 이런 네 가지 고통을 겪었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客悽然變容曰(객처연변용왈) : 어부는 슬픈 듯이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甚矣子之難悟也(심의자지난오야) : “선생은 정말 깨우칠 줄을 모르시는군요.
人有畏影惡迹而去之走者(인유외영악적이거지주자) :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그것들로부터 달아나려 했는데,
擧足愈數而迹愈多(거족유수이적유다) : 발을 빨리 움직일 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走愈疾而影不離身(주유질이영불리신) :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自以爲尙遲(자이위상지) : 그래도 그 자신은 아직도 느리게 뛰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疾走不休(질주불휴) : 쉬지 않고 질주하다가
絶力而死(절력이사) : 결국에는 지쳐 죽고 말았다 합니다.
不知處陰以休影(불지처음이휴영) : 그늘 속에 쉬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處靜以息迹(처정이식적) :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愚亦甚矣(우역심의) : 어리석음이 지나쳤던 것입니다.
子審仁義之間(자심인의지간) : 그런데 선생은 어짊과 의로움의 뜻을 자세히 알고 있고,
察同異之際(찰동이지제) : 사리가 같고 다른 한계를 잘 살피고 있고,
觀動靜之變(관동정지변) : 움직이고 고요히 있는 변화를 잘 관찰하고 있고,
適受與之度(적수여지도) : 받고 주는 정도를 적절히 할 줄 알고,
理好惡之情(리호오지정) :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고,
和喜怒之節(화희노지절) : 기쁨과 노여움의 절도를 조화시킬 줄 알지만
而幾於不免矣(이기어불면의) : 아무리 애를 써도 화를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謹修而身(근수이신) : 자기 몸을 삼가 닦고
愼守其眞(신수기진) : 그 진실함을 신중히 지켜
還以物與人(환이물여인) : 명예 같은 외물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면
則無所累矣(칙무소루의) : 아무런 환란도 없을 것입니다.
今不修之身而求之人(금불수지신이구지인) : 지금 몸을 닦지 않고서 남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으니
不亦外乎(불역외호) : 이것은 또한 사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孔子愀然曰(공자초연왈) : 공자가 슬픈 듯이 말했다.
請問何謂眞(청문하위진) : “어떤 것을 진실함이라 하는 것입니까?”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眞者(진자) : “진실한 것이란
精誠之至也(정성지지야) : 정성이 지극한 것입니다.
不精不誠(부정불성) : 정성 되지 못하면
不能動人(불능동인) : 남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故强哭者雖悲不哀(고강곡자수비불애) : 그러므로 억지로 곡하는 사람은 비록 슬픈 척 해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强怒者雖嚴不威(강노자수엄불위) : 억지로 화난 척하는 사람은 비록 엄하게 굴어도
위압을 주지 못합니다.
强親者雖笑不和(강친자수소불화) : 억지로 친한 척하는 사람은 비록 웃는다 해도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眞悲無聲而哀(진비무성이애) : 진실로 슬픈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眞怒未發而威(진노미발이위) : 진실로 노한 사람은 성내지 않아도 위압이 느껴집니다.
眞親未笑而和(진친미소이화) : 진실로 친한 사람은 웃지 않아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眞在內者(진재내자) : 진실함이 속마음에 있는 사람은
神動於外(신동어외) : 정신이 밖으로 발동됩니다.
是所以貴眞也(시소이귀진야) : 이것이 진실함이 귀중한 까닭입니다.
其用於人理也(기용어인리야) : 그것을 인간 생활의 원리에 적용시키면
事親則慈孝(사친칙자효) :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는 자애롭고 효성스럽게 되며,
事君則忠貞(사군칙충정) :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충성스럽고 곧게 되며,
飮酒則歡樂(음주칙환락) : 술을 마심에 있어서는 기쁘고 즐겁게 되며,
處喪則悲哀(처상칙비애) : 상을 당하면 슬프고 애통하게 됩니다.
忠貞以功爲主(충정이공위주) : 충성스럽고 곧은 것은 공로가 위주가 되며,
飮酒以樂爲主(음주이락위주) : 술을 마시는 것은 즐거움이 위주가 되며,
處喪以哀爲主(처상이애위주) : 상을 치르는 것은 슬픔이 위주가 되며,
事親以適爲主(사친이적위주) : 부모님을 섬기는 것은 부모님 마음에 드는 것이 위주가 됩니다.
功成之美(공성지미) : 일의 공로를 훌륭하게 이룩하는 데 있어서는
無一其迹矣(무일기적의) : 그 방법이 일정해서는 안됩니다.
事親以適(사친이적) : 부모님을 섬기어 마음에 들도록 해드리는 데에 있어서는
不論所以矣(불론소이의) : 방법을 따질 일이 아닙니다.
飮酒以樂(음주이락) : 술을 마심으로써 즐기는 데 있어서는
不選其具矣(불선기구의) : 술잔을 이것저것 고를 것이 없습니다.
處喪以哀(처상이애) : 상을 당하여 슬퍼함에 있어서는
無問其禮矣(무문기례의) : 예의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禮者(예자) : 예의라는 것은
世俗之所爲也(세속지소위야) : 세속적인 행동의 기준입니다.
眞者(진자) : 진실함이란 것은
所以受於天也(소이수어천야) : 하늘로부터 타고난 바로 그것입니다.
自然不可易也(자연불가역야) : 그런 자연은 변경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故聖人法天貴眞(고성인법천귀진) :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법도로 삼고 진실함을 귀중히 여기며
不拘於俗(불구어속) : 세속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愚者反此(우자반차) :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와 반대입니다.
不能法天而恤於人(불능법천이휼어인) : 하늘을 법도로 삼지 못하고 사람의 일에 얽매여
고생을 합니다.
不知貴眞(부지귀진) : 진실함을 귀중히 할 줄 모르고
祿祿而受變於俗(록록이수변어속) : 세상일에 따라 세속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故不足(고부족) : 언제나 만족하지 못합니다.
惜哉(석재) : 안타깝도다
子之蚤湛於人僞(자지조담어인위) : 선생이 일찍이 인위적인 학문에 빠져
而晩聞大道也(이만문대도야) : 위대한 도에 대해 늦게 듣게 된 것이.”
孔子又再拜而起曰(공자우재배이기왈) : 공자가 다시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今者丘得遇也(금자구득우야) : “지금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若天幸然(약천행연) :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先生不羞而比之服役(선생불수이비지복역) : 선생님께서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시고
제자처럼 대하시며
而身敎之(이신교지) : 몸소 가르쳐 주셨습니다.
敢問舍所在(감문사소재) : 선생님은 댁이 어디십니까.
請因受業而卒學大道(청인수업이졸학대도) : 선생님을 따라가 학업을 닦아 위대한 도를 완전히
배우고 싶습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吾聞之(오문지) : “내가 듣기에
可與往者與之(가여왕자여지) : 함께 갈 만한 사람과는 어울려
至於妙道(지어묘도) : 오묘한 도에 이르도록 가도 되지만,
不可與往者(불가여왕자) : 함께 갈 수 없는 자는
不知其道(부지기도) : 그런 도를 알지 못하고 있으므로
愼勿與之(신물여지) : 함께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身乃無咎(신내무구) : 그래야 몸에 아무런 재난이 없게 될 것입니다.
子勉之(자면지) : 더 노력하십시오.
吾去子矣(오거자의) : 나는 이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吾去子矣(오거자의) : 이만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乃刺船而去延緣葦間(내자선이거연연위간) : 그리고는 삿대질하여 배를 물에 띄우고
갈대밭 사이로 사라졌다.
顔淵還車(안연환거) : 안회가 수레를 돌리고
子路授綏(자로수수) : 자로는 손잡이 줄을 공자에게 주었으나,
孔子不顧(공자불고) : 공자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待水波定(대수파정) : 떠난 배가 남긴 물결이 잠잠해지고
不聞拏音而後敢乘(불문나음이후감승) : 삿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야 수레에 올랐다.
子路旁車而問曰(자로방거이문왈) : 자로가 수레에 다가서면서 물었다.
由得爲役久矣(유득위역구의) : “제가 선생님을 모신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未嘗見夫子遇人如此其威也(미상견부자우인여차기위야) : 선생님께서 사람을 만나 오늘처럼
상대방을 존경하는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萬乘之主(만승지주) : 만승의 천자나,
千乘之君(천승지군) : 천승의 제후들도
見夫子未嘗不分庭伉禮(견부자미상불분정항례) : 선생님을 만날 때는 언제나 뜰에 자리를 함께
마련하고 대등한 예로 대했습니다.
夫子猶有倨傲之容(부자유유거오지용) : 선생님은 그래도 오만한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今漁父杖拏逆立(금어부장나역립) : 지금 어부는 삿대를 짚은 채 마주 서 있는데도
而夫子曲要磬折(이부자곡요경절) : 선생님께서는 허리를 굽히고 몸을 꺾으며
言拜而應(언배이응) : 두 번 절하고서야 대답을 하셨습니다.
得無太甚乎(득무태심호) :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門人皆怪夫子矣(문인개괴부자의) : 저희들은 선생님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漁人何以得此乎(어인하이득차호) : 어부에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伏軾而歎曰(공자복식이탄왈) : 공자는 수레 앞턱 나무에 엎드리고 탄식하며 말했다.
甚矣由之難化也(심의유지난화야) : “자로를 깨우쳐 주기는 참 어렵구나.
湛於禮義有間矣(담어례의유간의) : 예의에 몰두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而樸鄙之心至今未去(이박비지심지금미거) : 비루한 마음이 아직도 다 없어지지 않고 있구나
進吾語汝(진오어여) : 내게로 다가오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리라
夫遇長不敬(부우장불경) : 어른을 만나서 공경하지 않는 것은
失禮也(실례야) : 실례다.
見賢不尊(견현불존) : 현명한 이를 보고도 존경하지 않는 것은
不仁也(불인야) : 어짊이 아니다.
彼非至人(피비지인) : 그가 지극히 어진 이가 아니라면
不能下人(불능하인) : 남을 굴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下人不精(하인불정) : 남을 굴복시킨다 해도 정성 되지 않았다면
不得其眞(부득기진) : 그의 진실함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故長傷身(고장상신) : 러므로 언제나 자신을 손상케 되는 것이다.
惜哉(석재) : 애석하구나
不仁之於人也(불인지어인야) : 사람에게 있어 어질지 못한 것처럼
禍莫大焉(화막대언) : 화가 크게 미치는 것이 없는데도
而由獨擅之(이유독천지) : 자로는 홀로 멋대로 행동하는구나.
且道者(차도자) : 또한 도는
萬物之所由也(만물지소유야) : 만물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庶物失之者死(서물실지자사) : 모든 물건이 이것을 잃으면 죽고,
得之者生(득지자생) : 이것을 얻으면 산다.
爲事逆之則敗(위사역지칙패) : 일을 함에 있어서는 이것을 거스르면 실패를 하고,
順之則成(순지칙성) : 이것에 순응하면 성공을 한다.
故道之所在(고도지소재) : 그러므로 도의 존재에 대하여는
聖人尊之(성인존지) : 성인들도 존중하는 것이다.
今漁父之於道(금어부지어도) : 저 어부도 도에 있어서는
可謂有矣(가위유의) : 터득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吾敢不敬乎(오감불경호) : 그런데 내가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