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열어구(列禦寇 ) 9~12
列禦寇
9.
正考父一命而僂(정고부일명이루) : 정고부는 사(士)에 임명되자 허리를 굽히고,
三命而俯(삼명이부) : 대부에 임명되자 온몸을 굽히고,
循牆而走(순장이주) : 경에 오르자 몸을 굽히고 담장 아래로 붙어 걸어다녔다.
孰敢不軌(숙감불궤) : 이런 태도는 누구나 모범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如而夫者(여이부자) : 보통 사람들을 보면
一命而呂鉅(일명이려거) : 사에 임명되면 몸을 뻣뻣이 거만한 태도를 지니고,
再命而於車上儛(재명이어거상무) : 대부에 임명되면 수레 위에서 춤이라도 출 듯 멋대로 행동하고,
三命而名諸父(삼명이명제부) : 경에 임명되면 자기 아저씨들에게까지 이름을 부를 정도가 된다.
孰協唐許(숙협당허) : 이들은 요임금이나 허유의 겸손한 태도에 합치될 수가 없는 것이다
賊莫大乎德有心(적막대호덕유심) : 사람을 해치는 일에 덕에 대해 유위(有爲)한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而心有睫(이심유첩) : 그 마음이 눈썹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及其有睫也而內視(급기유첩야이내시) : 마음이 눈썹처럼 움직이게 되면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보고 판단한다.
內視而敗矣(내시이패의) : 자기 마음대로 보고 판단을 하면 실패하게 된다.
凶德有五(흉덕유오) : 좋지 않은 덕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中德爲首(중덕위수) : 중덕(中德)이 그 중에서도 첫째가는 것이다.
何謂中德(하위중덕) : 무엇을 중덕이라 하는가?
中德也者(중덕야자) : 중덕이란 것은
有以自好也(유이자호야) : 자기 마음으로만 판단을 하여 좋아하고,
而吡其所不爲者也(이필기소불위자야) :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욕하는 것이다.
窮有八極(궁유팔극) : 궁하여 지는 데는 여덟 가지 법칙이 있고,
達有三必(달유삼필) : 뜻이 통하게 되는 데는 꼭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있으며,
形有六府(형유육부) : 육체에 화를 부르는 데에는 여섯 가지 조건이 있다.
美髥長大壯麗勇敢(미염장대장려용감) : 아름답고, 멋진 수염이 났고, 키가 크고, 몸집이 크고,
힘이 세고, 멋이 있고, 용기가 있고, 과감한
八者俱過人也(팔자구과인야) : 이 여덟 가지가 모두 남보다 뛰어나면,
因以是窮(인이시궁) : 이것 때문에 궁해지는 것이다.
緣循偃佒(연순언앙) : 밖의 물건에 순응하고, 남을 따라 행동하고,
困畏不若人(곤외불약인) : 곤경에 빠져 남만 못한 듯 두려워하는 것,
三者俱通達(삼자구통달) : 이 세 가지 것은 모두 사람을 통달하게 하는 것이다.
智慧外通(지혜외통) : 지혜는 밖의 물건에만 통용되는 것이며,
勇動多怨(용동다원) :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은 많은 원망을 사게 되며,
仁義多責(인의다책) : 어짊과 의로움을 내세우는 것은 많은 책망을 듣게 된다.
達生之情者傀(달생지정자괴) : 삶의 실상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위대하다.
達於知者肖(달어지자초) : 지식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작아 보인다.
達大命者隨(달대명자수) : 위대한 천명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자연을 따라 자유롭다.
達小命者遭(달소명자조) : 자기의 작은 운명에만 통달해 있는 사람은 운명에 기대를 건다
10.
人有見宋王者(인유견송왕자) : 어떤 사람이 송나라 임금을 만나
錫車十乘(석거십승) : 수레 열 채를 받았다.
以其十乘驕穉莊子(이기십승교치장자) : 그는 수레 열 채를 받은 것을 장자에게 자랑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河上有家貧恃緯蕭而食者(하상유가빈시위소이식자) : “황하가에 가난하게 사는 집이 있는데,
싸리로 삼태기를 짜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其子沒於淵(기자몰어연) : 그 집 아들이 하루는 깊은 물에 잠수를 하여
得千金之珠(득천금지주) : 천금 가치의 진주를 얻었습니다.
其父謂其子曰(기부위기자왈) : 그러자 그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取石來鍛之(취석래단지) : ‘돌을 가져다 깨뜨려버려라.
夫千金之珠(부천금지주) : 천금의 진주란
必在九重之淵(필재구중지연) : 반드시 깊은 물 속
而驪龍頷下(이려용함하) :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는 것이다.
子能得珠者(자능득주자) : 네가 그 진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必遭其睡也(필조기수야) : 용이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使驪龍而寤(사려용이오) : 만약 검은 용이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면
子尙奚微之有哉(자상해미지유재) : 네가 어떻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 나올 수 있었겠느냐?’
今宋國之深(금송국지심) : 지금 송나라의 알 수 없는 깊이는
非直九重之淵也(비직구중지연야) : 깊은 못물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고,
宋王之猛(송왕지맹) : 송나라 임금의 사나움은
非直驪龍也(비직려룡야) : 검은 용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子能得車者(자능득거자) : 당신이 수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必遭其睡也(필조기수야) : 그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使宋王而寤(사송왕이오) : 만일 송나라 임금이 깨어 있었다면
子爲?粉矣(자위?분의) : 당신은 가루가 되었을 것입니다.”
11.
或聘於莊子(혹빙어장자) : 어떤 사람이 장자를 모시려 하자,
莊子應其使曰(장자응기사왈) : 장자가 그의 사자에게 말했다.
子見夫犧牛乎(자견부희우호) : “당신은 제물로 쓰이는 소를 본 일이 있습니까?
衣以文繡(의이문수) : 무늬가 수놓인 옷을 입고,
食以芻菽(식이추숙) : 좋은 풀과 콩을 먹으며 지내지만,
及其牽而入於大廟(급기견이입어대묘) : 그 소가 태묘로 끌려 들어갈 때가 되면
雖欲爲孤犢(수욕위고독) : 비록 외로운 송아지가 되려 한다 해도
其可得乎(기가득호) : 될 수 있겠습니까?”
12,
莊子將死(장자장사) : 장자가 죽으려 하자,
弟子欲厚葬之(제자욕후장지) : 제자들이 장사를 성대히 지내려고 했다.
莊子曰(장자왈) :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吾以天地爲棺槨(오이천지위관곽) :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과 관 뚜껑으로 삼고,
以日月爲連璧(이일월위연벽) :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 장식으로 삼고,
星辰爲珠璣(성신위주기) : 별자리들을 진주와 옥 장식으로 삼고,
萬物爲齎送(만물위재송) :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으려 하니,
吾葬具豈不備邪(오장구기불비사) : 나의 장례 용품은 다 갖추어진 것이 아니냐?
何以加此(하이가차) : 여기에 더 무엇을 보태려 하느냐?”
弟子曰(제자왈) : 제자들이 말했다.
吾恐烏鳶之食夫子也(오공오연지식부자야) :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뜯어먹을까
두렵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在上爲烏鳶食(재상위오연식) : “위쪽에 놓아두면 까마귀와 솔개가 먹을 것이고,
在下爲螻蟻食(재하위루의식) : 아래쪽에 묻으면 개미들이 먹을 것이다.
奪彼與此(탈피여차) : 그것을 빼앗아 저 것들에게 주는 것이다.
何其偏也(하기편야) : 어째서 그리 편벽되게 생각을 하느냐?”
以不平平(이불평평) : 공평하지 못한 척도를 가지고 공평하게 하려고 한다면
其平也不平(기평야불평) : 공평한 것조차도 공평하지 못하게 된다.
以不徵徵(이불징징) : 올바로 감응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사물에 감응하려 한다면,
其徵也不徵(기징야불징) : 올바로 감응 할 것조차도 제대로 감응하지 않게 된다.
明者唯爲之使(명자유위지사) : 명철한 사람이란 오직 외물을 따라 부림을 당하는 것이며,
神者徵之(신자징지) : 신령스러운 사람이란 외물을 따라 감응해 나가는 것이다.
夫明之不勝神也久矣(부명지불승신야구의) : 그러나 명철한 것이 신령스러운 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而愚者恃其所見入於人(이우자시기소견입어인) :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이 본 것에
의지해 인위적인 일에 빠져들어 간다.
其功外也(기공외야) : 그들의 공로란 모두 외부적인 것들이니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